메타버스 세계관 들고 돌아온 애니 거장 호소다 마모루
[김성호 기자]
▲ 용과 주근깨 공주 포스터 |
ⓒ 와이드 릴리즈(주) |
세계가 유일하다는 믿음은 깨어졌다. 적어도 온라인 세상에서는.
인간이 차원의 문을 열었다. 태양계를 넘기는커녕 가장 가까운 행성까지도 도달하지 못한 인간이란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3차원 가상공간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은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현실세계의 자아는 저 멀리 내던지고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자아를 갖는다. 그 세상에서만큼은 여기 지금 사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가 되어 일하고 놀고 교류한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곳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세상에 불가능한 게 어디 있다는 말인가.
▲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 와이드 릴리즈(주) |
메타버스로 진입한 일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손꼽히는 이가 호소다 마모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같은 인상적인 작품을 연달아 내놨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정도가 그와 견줄 수 있을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는 신작에서 메타버스 세계를 가져온다. 값비싼 특수효과를 쓰지 않고도 첨단 기술 소재를 구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곧 개봉하는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로, 현실은 시골 소녀지만 메타버스 안에선 온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평범한 여고생 스즈다. 이렇다 할 장기도 없고 외모나 성적이나 모두 그저 그런 스즈의 삶은 가상세계 U를 접한 뒤 완전히 뒤바뀐다.
▲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 와이드 릴리즈(주) |
<미녀와 야수> 일본 애니메이션 버전
스즈는 완전히 복권 당첨이다. 현실에선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그녀지만 U 안에선 매혹적인 음성과 노래솜씨를 갖게 된다. 그녀가 U속에서 마음속에 흐르는 멜로디를 따라 노래를 부르자 주변 사람들이 그 음률에 호응한다. 처음엔 몇뿐이던 구경꾼이 나중엔 수백만에 이른다. 스즈의 U속 캐릭터 벨은 한순간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된다.
스즈는 U 안에서 한 캐릭터를 만난다. U 안의 질서를 지킨다며 결성된 자경단 '저스티스'가 뒤를 쫓는 무법자 용이 바로 그다. 용은 무질서한 무도가로, 누구든 걸리면 작살을 내고야 마는 난폭한 성미다. 그에게 걸리면 데이터가 망가져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을 입는데, 왜 그토록 분노에 차 있는지 사연을 아는 이가 없다. 저스티스는 신상을 탈탈 털겠다며 용의 뒤를 추적한다.
▲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 와이드 릴리즈(주) |
디즈니와 맞서도 굴하지 않는 스튜디오 치즈
그럼에도 영화가 완전히 식상한 건 아니다. 소재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유명 애니메이션에선 처음으로 소화되는 소재다. 그것만으로도 호소다 마모루는 한 편의 장편을 만들기 충분하다고 확신한 듯하다. 적어도 온라인 세계관에 익숙한 어린 관객들은 그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와 제작사의 의도도 분명해 보인다. 호소다 마모루는 작정한 듯 누구의 호감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여성 캐릭터에게 인기 OST가 될 만한 곡 여럿을 돌아가며 부르게끔 한다.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가 영화 바깥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도전한다.
이처럼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이 작가를 넘어 사업적으로 성공한 영화인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방한다. 스튜디오 치즈가 제2의 디즈니나 지브리가 되는 날이 온다면 <용과 주근깨 공주>의 역할이 반드시 언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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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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