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팀 분석실] 아스널 반전 비결은 '램즈데일→도미야스 빌드업 루트'

김정용 기자 2021. 9. 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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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도미야스 다케히로는 기술적 단점을 가릴 만한 지능을 보여주고 있다. 도미야스와 애런 램즈데일을 주전으로 기용하면서 아스널의 상승세가 시작됐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를 가진 아스널이 토트넘에 3-1로 승리했다.


아스널은 초반 3연패를 당한 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최하위에서 1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연승이 시작된 4라운드 노리치시티전부터 가장 변화가 컸던 건 수비진이다. 초반 3경기 모두 결장하고, 승리한 3경기만 뛴 선수는 골키퍼 램즈데일, 라이트백 도미야스, 센터백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다. 4명 모두 수비 조직을 새로 짜는 과정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수비진 변화의 초점은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과 빌드업에 있었다. 먼저 램즈데일은 간판 골키퍼인 독일 대표 베른트 레노에 비해 무명에 가까웠지만, 빌드업 관련 능력만큼은 한 수 위다. 두 선수가 정확히 3경기씩 풀타임으로 소화한 지금 기록 비교가 쉬운데, 램즈데일이 모든 빌드업 관련 지표에서 더 앞서 있다. 특히 롱킥 능력의 경우 램즈데일이 40% 성공률로 21회를 기록한 것에 비해 레노는 35% 성공률로 15회에 그쳤다. 짧은 패스도 램즈데일이 46회를 기록, 레노의 35회보다 앞섰다.


마갈량이스와 도미야스는 수비진 전체 구성을 바꿨다. 센터백이 왼발잡이 마갈량이스와 오른발잡이 벤 화이트로 고정되고, 라이트백은 센터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도미야스가 합류했다. 자연스럽게 세 선수가 조금씩 왼쪽으로 이동해 마갈량이스, 화이트, 도미야스 스리백을 형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격력이 좋은 레프트백 키에런 티어니가 많이 전진해 윙어처럼 뛸 수 있게 된다.


도미야스의 가치는 변형 스리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4-2-3-1에서 티어니를 전진시켜 3-2-4-1처럼 전환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도미야스가 보통 풀백으로서 오버래핑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빌드업 패턴을 모두 잘 소화하는 판단력이 도미야스의 가장 큰 힘이다.


오른쪽 공격은 도미야스가 조금 덜 전진하는 대신 측면으로 크게 벌려 선 부카요 사카의 윙 플레이부터 시작될 때도 많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틴 외데고르 역시 오른쪽에 치우친 동선을 자주 가져가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준다.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할 때만 도미야스가 요긴한 건 아니다. 풀백치고 장신인 188cm 도미야스는 공중볼 경합에도 쓸모가 많다. 현재까지 공중볼 경합 승률이 87.5%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도미야스가 주로 상대하는 건 상대 왼쪽 윙어나 레프트백이다. 대부분 도미야스가 공중에서 압도할 수 있다. EPL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서기엔 힘이 약하고, 풀백으로서는 발재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다양한 상황별 전술에 따라 장점만 보이도록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전에서도 후반 37분 도미야스가 쉽게 골킥을 따내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스널은 과거에도 짧은 패스가 잘 안 될 경우 라이트백에게 골킥을 연결하는 변칙 빌드업으로 효과를 본 바 있다. 과거 골키퍼였던 보이치에흐 슈쳉스니는 당시 주전 라이트백 바카리 사냐가 키에 비해 매우 뛰어난 제공권을 가졌다는 점을 노려 그의 머리로 골킥을 차곤 했다. 슈쳉스니는 이 패턴이 훈련장에서부터 준비된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 롱 패스를 머리로 따내 전달하는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건 사냐와 도미야스의 공통점이다.


한 가지 빌드업 패턴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변형 스리백을 통한 왼쪽에서의 수적 우위 확보, 미드필더들의 위치 변화를 이용한 빠른 오른쪽 공격, 롱 패스 등 다양한 패턴을 상황에 따라 섞어쓸 수 있다. 팀 전체가 각 상황마다 최적의 빌드업 방식을 택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공수전환 속도가 상대보다 훨씬 빨라진다. 아스널이 토트넘을 전반전에 압도한 대목은 공수 전환에서의 체계적인 움직임이었다.


빌드업할 때 오른쪽을 더 선호하는 애런 램즈데일(아스널). 토트넘전 이전 자료. 스카이스포츠 캡쳐

그래서 최근 상승세에 대한 칭찬은 아스널의 공격자원들 못지않게 수비진을 향한다. 아스널의 전설적 공격수였던 이안 라이트는 토트넘전을 앞두고 "누구도 도미야스를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아주 현명한 영입이었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도미야스의 약점은 대인방어가 아니라 판단이 적중하지 않았을 때 드러난다. 전반전 손흥민의 폭발적인 측면 돌파는 도미야스가 전진했으나 그에게 공이 전달되지 않고 뒤에서 끊기면서 나왔다. 도미야스의 배후 공간을 손흥민이 파고들면서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위험할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과감한 판단에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그래픽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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