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코로나와 싸우다 만신창이..'1년 총리'로 막 내리는 스가
취임 후 1년을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단명 총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29일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 따라 다음 달 초 일본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올랐다.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자민당의 주요 파벌들이 일제히 지지를 선언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공약은 '아베 계승'이 대부분이었지만 비(非)세습·무(無)파벌 정치인이라는 소탈한 이미지가 국민들의 호감을 얻으며 60~70%의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난제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다. 오락가락하는 방역정책과 '뒷북 대응'으로 감염 확산을 억제하지 못했고,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과 해제를 반복해야 했다. 초기에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여행장려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고집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밀어붙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제대로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안전·안심 올림픽을 열겠다"는 알맹이 없는 멘트만 반복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올림픽은 큰 무리 없이 끝났지만 실망한 국민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7~8월 여론 조사에선 지지율이 위험 수위라는 30% 아래로 떨어졌다. 자민당 내에서까지 "스가를 '얼굴'로 내세워서는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수세에 몰린 스가 총리는 결국 총리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과거 총무상 경험을 살려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단행했고, 취임 공약이던 디지털청도 9월 1일 출범시켰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에너지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일 스가 취임 1년을 돌아보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쫓겨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행정의 디지털화와 탈(脫)탄소 정책 등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스가 총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을 지지하고 있다.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줬으나 임기 내내 눈치를 봐야했던 아베 전 총리에게 등을 돌리고 '개혁파'와 손을 잡은 것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차기 내각에서 각료 등을 맡지 않고,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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