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시장, 첫 트랜스젠더 의원..좌클릭獨 여성 정치인 파워

이민정 2021. 9. 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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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앞둔 독일에서 여성 정치인 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독일 국제방송 DW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연방의회 총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첫 여성 시장, 성전환(트랜스젠더) 여성의 의회 입성이 확실시됐다.

독일 첫 성전환 여성 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녹색당 테사 갠서러(44). [AFP=연합뉴스]


수도 베를린시에선 동·서독 통일 이후 처음으로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베를린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베를린시의회 선거에서 21.4%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사민당 소속 후보 프란치스카 기파이(43)가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기파이는 앙겔라 메르겔 총리 시절 대연방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직을 맡은 인물이다. 한때 사민당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려 지난 5월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베를린 시장 후보직은 유지해 같은 당 마이클 뮬러 현 시장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27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기자회견을 하는 프란치스카 기파이 사민당 베를린 시장 후보.[EPA=연합뉴스]


경제와 교육 및 지속가능성에 집중해 온 기파이 앞에 놓인 첫 번째 과제는 ‘도시 주택 가격 안정화’다. 치솟는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 등 극심한 주택난 해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전날 진행한 대형 부동산업체의 주택 24만채를 몰수해 공유하는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에서는 56.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파이는 선거 기간 내내 몰수 방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와 앞으로 이 결과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도 “시 주택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기파이가 직면하게 될 첫 번째 난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선에 성공한 마누엘라 슈베지히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지사. [EPA=연합뉴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여성 주지사 마누엘라 슈베지히(47)가 재선에 성공했다. 슈베지히는 지난 2017년 7월 에르빈 젤러링 전 주지사가 지병으로 물러나면서 그 뒤를 이어왔다.

이번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도 사민당이 39.6%를 득표해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슈베지히가 연립정부 구성을 이끌게 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저녁은 여성들의 것”이라며 “우리는 100년 전 여성의 투표권과 선거권을 쟁취한 여성들”이라고 승리를 자축했다.


독일 첫 트랜스젠더 여성 2명 의회 입성


독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성전환 여성 의원도 탄생했다. 녹색당 후보로 나선 테사 갠서러(44)와 나이크 슬라윅(27)가 그 주인공이다.
독일 첫 성전환 여성 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녹색당 테사 갠서러(44). [AFP=연합뉴스]
갠서러는 남동부 바이에른주의 뉘른베르크에서 녹색당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부터 바이에른 지방 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2018년 성전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성 소수자(LGTBQ) 및 장애인의 평등권을 위해 싸워온 그는 신분증상 성별 변경 절차를 더 간편하게 바꾸는 것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현행법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이름과 성별 변경을 거부해온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전 남성 이름으로 투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또 동성애자(레즈비언) 어머니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갠서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녹색당뿐만 아니라 해방 운동과 퀴어 커뮤니티 전체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를 상징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하원 총선에서 녹색당 소속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당선된 나이크 슬라윅(27). [나이크 슬라윅 인스타그램 캡처]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당선된 슬라윅도 독일 첫 성전환 의원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광기”라고 표현하며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이 역사적인 선거 결과로 나는 확실히 차기 연방 하원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슬라윅 당선인은 동성애 및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전국적인 행동 계획, 자기 결정법, 연방 차별 금지법의 개선을 촉구해왔다.

독일은 1969년 동성애를 비범죄화했고, 2017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그러나 성 소수자에 대한 증오 범죄는 지난 1년 사이 36% 증가하는 등 여전히 높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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