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징어게임' 감독 "표절·여성비하 의도無, 전화번호 노출은 죄송"

이이슬 2021. 9. 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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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오징어게임’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과 달리 국내에서는 표절 의혹, 여성 비하 논란 등이 불거지며 호불호가 갈렸다. 실제 사용 중인 휴대전화 번호, 계좌번호가 삽입돼 사용자가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여러 논란에 관해 감독이 입을 열었다.

황동혁 감독은 28일 오전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비대면 인터뷰에서 “남녀노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여성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도가니'(2011), '남한산성'(2017)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아 2008년부터 구상해온 작품이다. 이정재와 박해수가 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벼랑 끝에 몰려 게임에 참가한 기훈과 상우로 분한다. 오영수, 정호연 등이 목숨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다.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신파, 여성과 노인, 외국인 비하 등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며 호불호가 갈린다. 엇갈리는 국내외 반응에 관해 황동혁 감독은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 모두가 좋아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말을 꺼냈다.

황 감독은 “국내에서 불호 반응에 관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구나’ 생각했다”며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많아서 의도를 알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미녀가 육체를 재화로 삼는 설정, 보디프린팅 된 여성의 도구화 등 젠더감수성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아울러 강새벽 등 주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의 각성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황 감독은 “반응에 관해 접했다”며 “한미녀는 극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극단적 상황에 놓였을 때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할 의도는 없다”며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 행위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마지막 화의 문제가 된 장면에 관해 황동혁 감독은 “인간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VIP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 아니고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이 도구처럼 서 있다. 여성을 도구화했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은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게임을 차용하거나 전체적인 설계가 중년 남성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동혁 감독은 “제가 기억하는 7080의 요소들을 많이 가져다 쓴 것일 뿐”이라며 “장학퀴즈, 계란에 사이다 등 보편적인 기억에 초점을 맞춰서 썼다. 중년 남성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고무줄이나 공기놀이 같은 여성들한테 유리한 게임을 넣어볼까도 고민했는데 긴장감 면에서 떨어지리라고 봤다”며 “게임의 규칙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공기놀이 규칙을 단순하게 설명하긴 어려웠다. 글로벌 타깃을 목표로 단순한 게임을 설명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등 다수 작품과 비슷해 불거진 표절 의혹에 관해 묻자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오징어게임’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다. 게임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단순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을 골랐다. 게임을 파악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한 명의 영웅을 내세워 위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루저들의 이야기를 한다. 기훈은 타인의 도움을 통해 간신히 나아간다.”

공개 이후 극 중 명함 속 전화번호 사용자가 하루에 수백 통씩 걸려오는 전화로 고통받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한 바. 이에 관해 황동혁 감독은 사과했다. “예상 못 했다. 제작 과정에서 없는 번호, 안전한 번호라고 하길래 팩스 번호인가 하며 썼다. 제작진이 자동으로 010 번호가 붙을 줄 몰랐던 거 같다. 끝까지 체크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제작진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등장한 계좌번호는 ‘오징어게임’의 제작진의 것이라고 했다. 감독은 “연출부에서 제작진 중 한 사람의 계좌번호를 쓰기로 한 것”이라며 “그의 통장에 456원이 계속 들어온다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협의를 하고 쓴 것이지만 계좌를 정리하기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노골적으로 시즌2를 암시하며 끝이 났지만, 황동혁 감독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제작 여부에 관해 묻자 그는 “노코멘트하겠다”며 “여러 고민을 해야 할 듯하다. 여러 방향을 열어놓고 마무리했지만, 뭔가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 스토리에 관해서도 그렇고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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