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사체 발사 20분뒤 유엔서 "美 계속 위협하면 재미없을 것"
美, 대북 적대정책 포기 첫걸음 떼야"
"美 용단 보여주면 우리도 화답 의향"
文 종전선언에는 "입장이 다 나왔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그 첫걸음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합동군사훈련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요구를 이행할 경우 북한은 북미 대화 등에 화답할 의향이 있으며, 그렇지 않고 계속 북한을 위협하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사가 연설을 시작하기 약 20분 전인 현지시간 이날 오후 5시 45분(한국시간 28일 오전 6시 45분)께 북한이 동해 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하라"
김 대사는 연설에서 "미국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면서 "하나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대담하게 근본적으로 처리 함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와 세계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하나는 "대조선(북한) 이중 기준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한의 군사 행동은 도발, 한·미 군사행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라는 인식은 이중 기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대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원을 밝혀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게 순리"라면서 "냉전 종식 30년이 되는 오늘까지 조선반도가 항시적 긴장 격화와 대립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역대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제안하면서 적대시 의도가 없다고 구두와 서면으로 의사 표명을 거듭 해왔지만, 이는 본질을 가리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했다면서 "현 미 행정부는 적대적 의사가 없다는 정책적 입장을 말이 아니라 실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행동으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실제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 우리가 미국에 우리를 적대시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반세기 이상의 북미 대결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익숙해져 미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를 파악해 생존 방식을 터득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미국의 대조선 정책 동향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미국이 "도발하는 근성, 군사동맹 같은 냉전 시대 유물을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는 일을 계속 행한다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더 이상 강경한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합동 군사훈련과 전략 무기 투입 중지하라"
김 대사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20년간 지속된 가장 오랜 전쟁을 종결했다고 선포했지만, 한국전쟁이 70년 동안 종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장구하게 지속되고 있는 조선(한국) 전쟁을 끝장내기 바란다면, 진정으로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과 각종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억제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우리가 핵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70년 전부터 우리를 적대시하면서 핵 위협을 가해왔기 때문에" 핵을 갖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한반도가 긴장 상태에 놓인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취지다.
김 대사는 북한이 보유한 전쟁 억지력 안에는 "물론 강력한 공격 수단들도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수단을 누구를 겨냥해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나 남조선 등 우리 주변 국가의 안전을 절대로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북한 영토에는 단 한 명의 외국 군대도, 단 한 개의 외국 군사기지도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에는 3만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며 항시적인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한·미가 북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그만두고 적대적 기도를 버린다면 조미(북미) 관계와 북남(남북) 관계에서 밝은 전망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조건부 대화를 제의했다.
미국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어서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북한과 대화 재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文 종전선언 제안에 "입장이 다 나왔다"
김 대사는 연설을 마친 뒤 특파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2년 연속 종전선언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입장이 다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답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24일)이며,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 등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25일)며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는 "연설문대로 이해하면 된다. 거기에 다 답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설 직전 북한이 동해 상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 데 대해 자신의 연설 메시지와는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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