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건강' 유산균 먹으면 '질염' 예방될까?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1. 9.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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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환경 조성해 유해균 증식 막아 도움
질염 재발로 고생하고 있다면 질 유산균제를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한 일교차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면 여성은 여성만의 감기를 앓는다. ‘질염’이다. 냉이 많아지는 냉대하증은 물론 가려움증, 악취까지 동반해 여성의 골머리를 썩이는 이 질환은 면역력이 떨어진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온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질 속 유익균은 줄어들고, 유해균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내 질 유산균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주면 질염 예방을 할 수 있는 걸까? 도움이 될 수 있다.

◇질 유산균, 질 속 환경 조절해 유해균 못 들어오게 막아

질 속 유익균은 유해균으로 인한 감염을 막는 일종의 보호병이다. 건강한 질에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세균이 균 전체의 90~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균은 pH4.0~4.5 정도 산성 환경을 조성해 유해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도 생성해 유해균 성장을 억제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원세연 교수는 “락토바실러스는 글리코겐을 이용해 포도당을 젖산으로 전환시켜 질을 산성 환경으로 유지한다”며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항생제를 사용했거나, 질 세정제를 과다하게 사용했거나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락토바실러스가 줄어들면 질 속 산도가 변해 질염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질 내 유해균과 함께 유익균도 사멸시키기 때문에 질염 재발 위험을 높인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질 속 유산균 수가 줄면 질염은 물론 조산, 저체중 태아가 나올 위험을 높이고, 에스트로젠 수치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질 유산균, 경구로 먹어도 효과 있어

질 건강에 질 유산균이 중요한 건 명백하다. 인위적으로 먹었을 때도 도움을 줄까? 원세연 교수는 “경구로 먹는 질 유산균제가 어떤 균에 감염됐을 때, 특히 누구한테 효과가 좋은지까지는 밝혀진 게 없어 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질 정도로 검증이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구로 질 유산균을 복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류일 교수는 “입에서 장까지 갔다가 장에서 배출된 유산균이 질로 이동해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의대 산부인과 고란 부직(Goran Vujic) 교수팀이 진행한 무작위 배정 임상 연구에서 395명에게는 경구 유산균을, 149명에게는 위약을 매일 6주간 복용시킨 결과, 위약을 복용한 그룹(20.8%)보다 경구 유산균을 복용한 그룹( 51.1%)에서 정상 세균총이 유의적으로 더 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야기엘론스키 의대가 진행한 재발성 질염이 있는 환자 대상 실험에서도 경구 유산균을 복용했을 때 질염 재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일 교수는 “대부분 임상 연구가 경구로 유산균을 먹어도 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다만, 식습관, 인종, 호르몬 주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짜여진 대규모 연구가 앞으로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류일 교수는 “정확히 어떤 균이 좋다는 것도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임상 연구에 의하면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 락토바실러스 루테리의 효과가 입증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질에 유산균을 집어넣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진 않을까? 원세연 교수는 “실제로 유산균 질정도 있는데, 질정은 전문의약품이라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유산균 질정 효능에 대한 연구도 다수 발표돼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더 좋은지는 학계의 일치된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질 유산균, 장 유산균과 다른 균주

경구로 질 유산균을 복용하면 따로 장 유산균은 복용할 필요가 없는 걸까? 유산균 주가 다르기 때문에 질 유산균을 복용한다고 해서 장 유산균제를 먹는 효과까지 누리긴 어렵다. 원세연 교수는 “시중에 HN001이 포함된 유산균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은 장 유산균으로도 쓰인다”면서도 “질과 장 유산균 주를 어떤 용량으로 배합해서 먹어야 할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밝혀진 게 없다”고 말했다.

◇질 유산균, 질염 재발 반복되는 사람에게 효과적

질 유산균은 실제로 질염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거나, 치료로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원세연 교수는 “질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굳이 질 유산균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며 “질 유산균을 선택할 때는 효과적인 균주, 투여 용량 등에 대해 명확히 정해진 건 없지만, 기존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10억 CFU 이상, 여러 균주가 배합된 유산균의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먹는 시간대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위산이 활발히 분비되는 식사 직후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는 최소 4시간 이후에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원세연 교수는 “질 유산균은 치료 보조제 정도이기 때문에 질염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생활 습관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이 유해균에 맞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통풍 잘 되는 옷 입기 ▲용변 본 후 질에서 항문 방향으로 닦기 ▲질염 증상 있으면 원인균 진단해 치료받기 ▲질 주위 위생 관리 잘하기 ▲과다한 질 세정제 사용은 피하기 ▲질 안까지는 씻지 않기 ▲오랜 항생제 사용 피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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