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카오'랄 땐 언제고..울고 싶은 카카오

정길준 2021. 9. 28.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범수 의장, 기부 천사서 독점 기업 대표로
문어발식 확장·소비자 기만 도마 위
남들 안하는 투자해 결실 보려던 때 규제 늪에 빠져
공격적 M&A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도 기여
네이버는 플랫폼 역할만 하며 규제 벗어나
사업 구조 개선·상생안 마련 절실
카카오·네이버 주요 이슈.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장기간 투자한 끝에 이제 막 결실을 보려는데 난데없이 '독점 기업' 딱지가 붙었다. 한때 빌 게이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조원을 기부하는 선진 경영인으로 추앙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내달 국정감사에서 홀로 정치권의 공격을 받게 됐다. 국내 모바일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섰던 카카오는 수익성 제고 노력이 '수금 본색'으로 비치는 현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카카오 수익성 제고·체질 개선이 위법?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범수 의장을 다음 달 5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신청 위원만 6명에 달한다. 출석 이유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독점적 시장 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상승, 공세적 인수·합병(M&A)으로 골목상권 위협, 계열사 신고 누락 등이다.

이밖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도 카카오를 벼르고 있다. 역대급 '플랫폼 때리기'가 예상된다.

카카오를 향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면서부터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2018년 선보인 유료 서비스 '스마트 호출' 요금을 정액 1000원(심야 2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

시장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택시 배차가 수월한 곳에서는 0원에 이용할 수 있는데도 최대 금액에 시선이 쏠리며 일방적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회사는 탄력적 요금제의 긍정적 요인을 재차 강조했지만, 결국 최대 금액을 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래도 반발이 이어지자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했다.

화훼전문업체 소망농원, 간식 큐레이션 업체 스낵포 등 청년기업과 손잡고 선보인 기업 전용 꽃·간식 배달 서비스도 골목상권 침해 우려에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역 앞에서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성 강화 전략을 다소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글과 LG 등 국내외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터라 성과 창출이 절실했고, 내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했다.

다만 서비스의 유료 전환 측면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무료 앱을 만들어도 소비자는 카카오의 앱을 선택한다. 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서비스로 소비자가 얻는 효익과 그것에 청구하는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유료화했다며 감정에 호소하고 정치가 환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업계와 정치권은 카카오의 몸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 기업집단포털의 대기업 계열사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 계열사는 대기업으로 편입된 2016년 45개에서 2021년 118개로 162% 증가했다.

71개 대기업 중 최대인 만큼 수치만 놓고 보면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이바지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쇼핑몰), 야나두(교육), 딜카(렌터카)는 물론 타파스(웹툰), 래디쉬(웹소설) 등 글로벌 콘텐트 플랫폼을 품기 위해 1조원 넘게 쏟았다.

김도현 교수는 "스타트업이 생겨도 인수하는 주체가 없으면 생태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카카오가 그런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네이버 "우리는 플랫폼일뿐"…책임은 회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상생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을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한껏 몸을 낮춘 카카오와 달리 경쟁 플랫폼인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모습이다. 이미 뭇매를 맞고 전략을 대폭 수정한 덕이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카카오의 매물 제휴를 방해한 행위(2015년·2017년)로 공정위로부터 지난해 10억32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쇼핑 서비스는 자사 오픈 마켓 입점 업체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하기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해 약 265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시장 참여자가 아닌 플랫폼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막강한 힘의 검색 알고리즘을 앞세워 중소 사업자가 활동할 수 있는 발판만 마련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적인 수익만 가져갔다.

언뜻 보면 카카오와 다른 노선을 택하며 소규모 파트너와 상생하는 것 같지만 부작용도 따라왔다. 공룡 플랫폼 운영 주체로서 영향력은 커졌지만 책임은 그에 맞게 지지 않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김정우 네이버쇼핑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 이유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0년 상반기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원산지 표시 위반 물량 128t 가운데 네이버가 약 107t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통신판매업자는 법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없어 네이버는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상생 도모하는 B2B 모델 구축해야"

필드를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그릇이라는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내세워 규제 테두리를 벗어난 네이버와 달리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던 카카오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올 초 30조원 중반대였던 시가총액은 7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규제 가능성이 불거지자 50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공정위가 M&A 심사 조건을 추가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를 예고한 만큼 부정적 여파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 카카오가 사업 방향성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목상권과 겹치지 않으면서 중소 파트너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나 B2B(기업 간 거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B2B로 간다는 건 중소 플랫폼과 공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간 미뤄왔던 상생안 구체화 작업도 절실하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 상생안을 내놨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서비스 폐지·일부 사업 철수를 약속한 카카오모빌리티와 별개로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의 파트너 상생 기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루 뒤 네이버가 중소상공인·창작자를 지원하는 '분수펀드'가 조성한 지 4년 만에 3000억원을 넘은 데 이어 연말까지 36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김범수 의장이 논란에 앞서 재산 절반인 5조원 기부 계획을 밝혔던 만큼 이번 기금 규모에 물음표가 붙지만, 상생을 위한 세밀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위정현 교수는 "국감에 대비해 너무 급하게 준비한 느낌이다. 사전에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카카오가 지금껏 가장 경계해왔던 '대기업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