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올해도 우울한 비수도권대.. 혁신 실패·돈 퍼주는 정부 '합작품'

이도경 2021. 9. 2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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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비수도권 대학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이 인(IN)서울 대학을 뛰어 넘었다. 학생 유치를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하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들과 달리 수도권 대학들이 수도권 프리미엄과 ‘이름값’에 기대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각 입시 업체들이 분석한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비수도권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은 15.9대 1이었다. 일부 대학은 100대 1을 훌쩍 넘는 결과를 보였다. 서울권 대학만 보면 11.3대 1,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6대 1로 집계됐다. 비수도권 대학들의 부상과 수도권 대학의 추락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현상이다. 비수도권은 수도권 평균 경쟁률을 몇 해 전 넘어섰다. 올해 ‘비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면서 학령인구 감소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서울권도 뛰어넘는 것이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지형이 급격하게 바뀐 여파가 대학에겐 위기이자 기회로 작동했다. 지방대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동안 수도권에선 안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고, 기업에서 더 이상 수도권대학 출신을 선호하지 않자 학생들로부터도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가상 기사입니다. 지방대 현실은 정말 녹록치 않습니다. 올해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를 볼까요. 위 가상 기사와 정반대입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전국 210개교 수시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서울권 15.9대 1, 수도권 11.3대 1, 비수도권 6대 1입니다. 수시에선 학생에게 6장의 지원 카드가 있으므로 6대 1 미만 경쟁률은 사실상 미달을 의미합니다. 비수도권은 간신히 턱걸이 했습니다. 그리고 6대 1 경쟁률에도 미치지 못한 비수도권 대학은 75곳입니다.

비수도권 대학 입장에선 격차 확대가 더 우울하겠죠. 종로학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은 14.7대 1, 수도권은 10.6대 1, 비수도권 대학은 5.6대 1이었습니다. 일시적인 고3 증가와 재수생 유입 등으로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문제는 격차입니다. 서울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 격차는 지난해 9대 1에서 올해 9.9대 1로 커졌습니다. 서울로 더 많이 몰린 것이죠. 이대로라면 비수도권 대학 상당수가 이른바 ‘좀비대학’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아마추어 같은 대학 정책으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대학 정책은 철학도 전략도 없어 보입니다.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옛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잘 드러납니다. 특히 인하대가 ‘부실 판정’을 받아 재정지원 대상에서 빠진 점은 납득하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원래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학생 수 감소 충격을 완화하고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구조개혁 작업에 실패해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은 지방대 여러 곳이 평가를 통과했습니다. 마치 ‘학과 백화점’ 같이 대학을 운영해 충원율 80%를 밑돈 대학도 버젓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평가지표에 충원율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인하대는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대학은 아니었습니다.

정치권 눈치보기용 지역 안배와 정원을 강제로 줄이기 위한 상대평가의 합작품으로 읽힙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수도권은 수도권끼리, 지역은 지역끼리 리그가 달랐죠. 각 권역에서 합격 대학 90%를 뽑고 나머지는 전국 단위로 경쟁을 시켰습니다. 2018년 평가에선 권역과 전국 선정 비율이 5대 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대학들을 더 배려해준 겁니다. 권역별로 서열을 매기고 아래부터 쳐내니 수도권에선 멀쩡한 대학이 날벼락 맞는 것이죠.

인하대는 정량점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도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평가 지표로 진행한 다른 평가에선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재정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복불복’ 평가는 대학들이 장기 발전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내실을 기하려는 노력보다 컨설팅 받아 보고서 예쁘게 꾸미고 평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꼼수가 더 유용하게 비치니까요.

비수도권이어서 학생 충원이 어렵지만 수도권은 그렇지 않다. 엄연한 현실이죠. 하지만 비수도권에 있다고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에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 및 약대 경쟁률은 전국 어디든 높은 경쟁률을 나타냅니다. 이들 학과의 지역인재 전형을 타깃으로 비수도권 이사를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죠.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야 그렇다 쳐도 울산과기대의 급부상이나 신생 한전공대의 인기 역시 설명하지 못합니다. 특화된 인재를 길러내는 곳은 지방대도 학생 충원 걱정을 안 합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에 다가갈 교육 여건을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가 대학 소재지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많았던 지난 수십년간 대학들이 안일하지 않았는지, 내부 혁신의 실패를 “지방대여서”라며 자위하며, 재정 지원에 인색(?)한 정부 탓만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 대학들 챙긴다며 돈 퍼주고 정부도 부화뇌동하게 되면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대학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됩니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이제 막 대학가를 강타한 ‘학생 수 절벽’ 사태를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글 앞머리의 가상 기사가 진짜 기사가 될 수 있도록.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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