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쉽지않은 '김여정의 전제 조건'.. 남북 훈풍 산 넘어 산

김영선,김성훈 2021. 9.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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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불을 지폈지만 실현되기까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미국과 남측이 김 부부장이 조건으로 내놓은 '이중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마냥 받아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대화 재개를 위해 남측에 '이중잣대'를 버리라 했지만, 이는 자칫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묵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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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중잣대·적대 철회' 의도 분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불을 지폈지만 실현되기까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미국과 남측이 김 부부장이 조건으로 내놓은 ‘이중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마냥 받아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실제 대화를 통해 협의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색된 남북 관계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려는 의도인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북한이 남북 관계 회복 의지가 있다는 전제하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조치로 남북 통신선 복원을 꼽았다. 통일부는 전날 입장문에서도 통신선의 신속한 복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 여부가 북한의 대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남북 정상이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통신선을 전격 복원했다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2주만에 다시 차단한 전례가 있어 이번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을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통신선을 통한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통신선을 복원했을 때처럼 통일전선부와 국가정보원 간 연락채널을 활용해 정상 친서 등을 주고받으며 북한에 대화 의사 여부 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통신선 응답을 재개하는 등 대화 의지를 보인다 하더라도 선결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부부장은 대화 재개를 위해 남측에 ‘이중잣대’를 버리라 했지만, 이는 자칫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묵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종전선언에 앞서 철회하라고 요구한 대북 적대시 정책도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제재, 북한 인권, 주한미군 주둔까지 범위가 방대해 북한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은 미국과 연계된 것이 많아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한·미 국방부가 개최한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우리 측은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강조하며 미국의 협조를 구한 반면 미국은 잇단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같은 날 열린 ‘2021 평택 국제 평화·안보 포럼’에서 종전선언과 무관하게 주한미군이 지속해서 한반도에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先) 비핵화 조치 없이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미국의 입장도 확고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 의제로 종전선언을 선순위에 두려 한다면 그 또한 의심해볼 만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종전선언을 하면 대북제재를 문제 삼을 여지가 생기고, 종전선언을 하지 않으면 대미 공세를 퍼붓고 종전선언을 제안한 남측을 압박하는 등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연이틀 담화를 내고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며 재촉하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인 게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기 시작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직접 대남 메시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3차 북·미 정상회담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선 김성훈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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