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회복한 교회, 이웃 살리는 '사랑의 만나'가 되다

박용미 2021. 9.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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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 통해 섬김 사역 펼치는 길성운 성복중앙교회 목사

1970~80년대에는 목사 한 사람으로 유명한 교회였다. 2021년에는 삶 속에서 신앙을 살아내는 성도들로 인해 유명해지길 꿈꾼다.

길성운 성복중앙교회 목사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교회에서 성도들을 세상 속 빛과 소금으로 세우는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복중앙교회(길성운 목사) 이야기다. 교회는 1967년 이천석 목사가 개척해 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이 목사는 경기도 가평 한얼산기도원 설립자로 한국교회의 성령·부흥운동을 이끌던 부흥사였다. 그러나 1989년 이 목사가 별세한 후 교회는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다. 2009년 5대 목사로 부임한 길성운 목사는 성령 운동에 익숙한 성도들에게 성경 말씀을 가르치고 제자훈련을 하면서 전통적인 교회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성균관대 영문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길 목사는 서울 동산교회와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를 거쳤다.

지난 23일 교회에서 만난 길 목사는 “성복중앙교회에 부임했을 때 내 나이가 43세였다. 젊은 담임 목사가 와서 성도들도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며 “내부 분쟁이 많은 교회였다는 것은 부임 후에 알았다. 오직 말씀밖에는 매달릴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길 목사가 어려움에 처한 교회와 성도들을 포기하지 않은 데는 ‘주님이 맡기신 교회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전도사였을 때 섬기던 교회가 건축을 하다 부도가 났다. 그는 담임목사가 도피하고 성도들이 흩어진 상황에서도 새로운 담임목사가 올 때까지 남은 성도들과 예배를 드렸다. 교회가 안정되어 다른 곳으로 사역지를 옮길 때 성도들이 눈물로 모아줬던 퇴직금 1000만원을 그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교회는 가정이고 집이라서 주님께서 교회에 남아 있으라고 하면 어떤 상황이든지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큰 교회에 갈 기회도 있었지만 가지 않았어요. 주님이 맡기신 양들을 책임지고 키워야 하니까요. 그것이 목양 아닐까요.”

길 목사는 성복중앙교회 부임 후 성도들에게 성경의 꼴을 먹이기 시작했다. 성령과 은사를 강조했던 교회다 보니 성도들이 성경 말씀에 대한 갈급함을 갖고 있었다. 2년 동안 매주 두 차례 성경 대학을 열었고,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했다. 이를 반복하면서 안수집사와 장로 등 임직자들을 세웠다. 사랑의교회에서 성경 대학과 제자훈련을 맡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교회가 체계적으로 성경 말씀을 가르쳤던 적이 없어서 성도들이 성경을 배우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성경을 깊게 알아가면서 교회 분위기도 밝아지고 성도 간의 갈등도 봉합됐죠.”

성복중앙교회 성도가 팬데믹이 심각했던 지난해 ‘새벽 만나’를 도시락으로 만들고 있다. 교회 제공


성도들은 배운 성경 말씀을 이웃을 섬기는 것으로 실천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역이 ‘새벽 만나’다. 교회가 위치한 성북구 종암동은 인근에 고려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등 대학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자취생들이 7000명이 넘었다. 교회는 제대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자취생들을 위해 새벽 만나라는 이름으로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2013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새벽 만나는 올해 9년째로,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성도들이 자식들을 먹인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에 영양까지 고려해 맛있는 아침을 만듭니다. 오전 6시에 문을 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밥을 안쳐야 할 정도로 고된 일이에요. 27명의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섬기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한창 심할 때는 도시락으로 나눠주기도 했죠.”

하루에 100명 가까이 찾아오는 학생들의 아침을 제공하려면 인건비를 제하고서도 연 5000만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자취생들을 섬기는 일은 교회로서는 크게 득이 되는 일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취업을 하면 곧 이곳을 떠나기 때문에 성도로 남아있는 경우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목사는 ‘우리 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유익하게 하려고 새벽 만나 사역을 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지만 우리 교회의 유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저와 성도들은 학생들이 우리 교회에 남지 않아도 돌아가 고향 교회에 출석한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잘 성장해서 한국교회 구석구석을 세우고 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아깝지 않습니다.”

2019년 다산따스한교회 분립개척 예배 모습. 교회 제공


교회의 진심은 학생들이 알아줬다. 인근 대학 커뮤니티에 ‘성복중앙교회는 진짜 교회다’ ‘교회 갈 거면 성복중앙교회에 가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젊은이들 사이에 교회 혐오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이밖에도 대학 선교단체에 선교비 지원, 교회 카페 수익금으로 대학교 후원,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반찬 만들기, 팬데믹으로 힘든 자영업자 돕기 등 성도들의 섬김은 끊임이 없다. 2019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에 다산따스한교회(손진원 목사)를 분립개척하고 성도들을 파송해 그 지경을 넓혔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사는 성도들을 통해 교회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길 목사는 “교회 덕분에 지역이 아름다워지고 풍성해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주님의 양들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리스도인으로 계속 세워가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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