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이겨도 지는 '오징어 게임'

2021. 9.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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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에 화제가 된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매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은 집이 아닌 관으로 들어간다.

이 게임의 승리로 받게 될 막대한 상금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생존을 향한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이 단계를 거쳐 승자가 될수록 더 피폐해져 가는 까닭은 생존 이외에는 어떠한 기쁨도 공유할 수 없는 고립으로 그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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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에 화제가 된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다. 총 9편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넷플릭스의 특성상 한 번에 공개해 연휴에 몰아보기로 시청한 사람이 꽤 많았다.

내용은 단순하다. 총 6개의 경기를 모두 통과한 최종 승자에게 막대한 상금을 주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참가자들은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이다. 언제든 참가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게임은 중단되고, 귀가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매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은 집이 아닌 관으로 들어간다. 탈락의 아쉬움을 호소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게임은 멈추지 않는다. 게임 밖의 현실이 이들에게는 이미 죽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승리로 받게 될 막대한 상금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생존을 향한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누가 볼까 싶은데,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재미가 아닌, 생사를 건 전투로 만들어 그 안에 내재해 있던 승패의 원리를 승자독식 사회의 현실로 치환시켜 버렸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가 내게 득이 될까, 피해야 할 사람일까를 계산하고, 직전 게임의 동료가 다음 게임의 적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위기 앞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이기심과 자기 보호 본능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다른 사람의 실패가 곧 나의 안위를 보장하는 게임의 법칙은 참가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게임 주최 측에서는 ‘이곳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며 바깥세상에서 차별에 시달린 이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저 말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진실과 성실보다 운과 편 가르기가 당락을 결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모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도출해내면 된다는 억지를 논리라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혼자 버틸 수 있는 데 필요한 것만이 남는다. ‘긍휼’ ‘믿음’ ‘희망’은 사치가 되고, ‘힘’ ‘의심’ ‘기회 포착’이 필수가 된다. 공생이 아닌, 공격에 필요한 감각만 남게 된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오늘은 못 했었어도 내일은 보완해 나아질 기회를 줘야 사람들은 반칙 대신 원칙을 따른다. 한 명만 남기지 않고, 가능하면 모두 갈 수 있는 여유를 줘야 뒤처진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게 된다.

때론 미워 보이고, 나를 이겨서 질투가 날지언정 친구가 있어야 놀 맛이 난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놀 때 찾아오는 적막과 고요를 계속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이 단계를 거쳐 승자가 될수록 더 피폐해져 가는 까닭은 생존 이외에는 어떠한 기쁨도 공유할 수 없는 고립으로 그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음이 다 맞지 않더라도 노래를 들려줄 친구가 필요하다. 시시한 하루였더라도 내 자랑을 들어줄 가족이 필요하다. 놀이마저도 이기는 법만 배웠지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한 어른들로 인해 세상은 전쟁터가 돼버렸다. 사람은 싸우라고 지어진 존재가 아닌데도 말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창 2:18)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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