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없이 지나간 'D-데이' 언론중재법 운명은 28일로 연기
디(D)-데이였던 27일은 결국 합의없이 지나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 협상을 위해 오후 늦게 까지 머리를 맞댔지만 타결엔 실패했다. 그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쟁점을 두고 충돌했던 '여야 8인 협의체'는 전날(26일) 빈손으로 활동 종료를 선언하며 공을 여야 원내 지도부로 넘겼다. 바통을 이어받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두 차례에 걸친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협의 등 릴레이 협상을 통해 담판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손에 합의문은 없었고, 본회의는 결국 28일로 미뤄졌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협상 끝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장시간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적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본회의는 내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했고, 윤 원내대표는 “오늘 예정된 본회의는 내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고, 내일 오전 11시에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 어떤 구체적인 제안들이 오갔는지에 대해선 철저하게 함구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고의·중과실 추정▶열람차단청구권 도입 등 3대 쟁점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중 최대 쟁점은 역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한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5배든 3배든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규정을 모두 들어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안된다"는 여당 사이에서 중간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날 진행됐다.
협상에 관여해온 민주당 관계자 사이엔 “5배든 3배든 징벌 상한을 없애되, 가중처벌 실효성을 보장하는 다른 방안을 연구해보자는 의견을 야당에 제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우리는 ‘징벌적 손배제·열람청구권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고 말했다.
한 때는 타결 임박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은 “내일까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야 이견을 좁힐 수 있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는 결론뿐이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도 ‘배상 한도 조정 논의가 없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협상이 계속 중이라 아직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며 “오늘은 아무 결론이 없다”고만 답했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언론중재법 대안 통과’라는 명분을,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무산’이라는 실리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금까지 '27일 강행처리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던 민주당이 일단 숨을 고르며 본회의를 하루 연기한 데엔 국내외 언론계의 반발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내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의 경우 이날 오전만 해도 “본회의에 상정해서 처리하기로 합의됐다”며 “수정안을 어떻게 만들것이냐만 남았다”고 말했지만 불과 6시간여 뒤엔 “많은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마지막까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여당의 모습에 대해 국민의힘내에선 “청와대와 국제 사회 우려 때문에 민주당이 일부 조항을 양보해서라도 출구전략을 통해 언론중재법을 털어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양당 원내지도부 사이엔 관련 법안을 당장 처리하기 보다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 또는 국회 밖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등을 통해 관련 논의를 지속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앞서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PD연합회는 “파국과 퇴행을 막는 유일한 출구는 사회적 합의기구뿐”이라며 국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야 합의에 의한 처리냐,파행과 대치냐,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논의 지속이냐의 결론은 28일에야 드러나게 됐다.
심새롬·성지원·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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