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구해야 당첨된다는 '로또 줍줍' 그냥 주운 박영수 딸

한은화 2021. 9.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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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특검 딸 아파트 분양 논란
호가 15억짜리 아파트 6~7억에 분양
무순위 청약 남은 물량으로 임의분양
"누구나 청약할 수 없는, 일종의 특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뉴스1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40)이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아파트 잔여분을 최근 분양받아 논란이다. 박 전 특검 딸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에서 2015년 6월 입사해 최근까지 근무했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해 2018년 12월 평당(3.3㎡) 평균 2030만원에 분양했던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A1·2블록) 아파트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박 전 특검 딸은 올해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짜리 한 채를 지난 6월 6억~7억원에 계약했다.

박 전 특검 측은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다른 사람에게 분양됐다가 계약이 취소되면서 화천대유가 관리해온 회사 보유 물량으로, 박 전 특검 딸이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렀다는 설명이다. 박 전 특검 측은 “수차례 미계약 등으로 인한 잔여 가구가 남은 아파트로 당시 추가입주자 공고 등 공개된 절차를 통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아파트는 2019년 2월 계약 취소분 등 잔여 가구 142가구를 놓고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을 진행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중 97가구가 계약됐고,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나머지 물량 중 24가구를 가져갔다. 당시 대장동 일대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교통편이나 주변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아 잔여 물량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다고 한다.

화천대유는 이를 2년 4개월 동안 보유하다 이 중 한 채를 박 전 특검 딸에 최근 초기 분양가대로 분양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전용 84㎡의 매매 호가는 15억원에 달한다. 전세 매물이 8억원에 나와 있다. 박 전 특검 측이 해명한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던” 무순위 청약 때와 달리 최근엔 집값이 두 배로 뛰는 등 시장 분위기가 180도로 바뀐 상황이다. 박 전 특검 딸이 아파트를 계약한 시점인 올 6월에는 박 전 특검의 말과 달리 ‘누구나’ 청약할 수도 없었다.


'8억 로또' 아파트를 박 전 특검 딸에게 분양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뉴스1

화천대유는 보유하고 있던 매물을 공개 모집이 아닌 임의 모집으로 박 전 특검 딸에 공급했다. 주택공급 규칙에 따라 무순위 청약에서도 남은 물량의 경우 시행사가 임의로 분양할 수 있다.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 승인을 처음 받았을 때의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결국 화천대유가 박 전 특검 딸에게 이 아파트를 초기 분양가에 공급한 것은 위법적이지 않지만, 누구나 이렇게 분양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공급 부족 등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줍줍’ 무순위 청약의 경우 경쟁률이 더 치열하다. 지난 8월 입주를 앞두고 진행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5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5가구 모집에 25만 명이 몰려 ‘전생에 나라를 3번 정도 구한 사람’만이 당첨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았다.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는 14억원인데 시세는 분양가의 배 정도여서 ‘14억 로또’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화천대유가 왜 박 전 특검 딸에게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했느냐를 놓고서 박 전 특검 측은 “잔여세대 아파트 처리 경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회사만이 알 수 있으므로 상세한 사항은 회사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엄청난 시세차익이 눈에 보이는 물량이고 시행사가 잔여분을 매입해 전매해서 팔 수도 있었는데 이를 특정 개인에게 분양한 것 자체가 특정인에게 증여세 등의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고 ‘합법적’으로 큰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15억원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분양하면 ‘8억 로또’인 셈인데 만약 줍줍을 했다면 전 국민이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현재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박 전 특검 본인도 특검에 임명되기 전 이 회사에서 고문에 이름을 올리고 2억 원대 연봉을 받았다. 이 밖에도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지난 3월 퇴사하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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