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시 연일 최고치..공급망 新질서 호재라는데 단기 급등 부담

배준희 2021. 9.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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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인도 증시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INDL(Direxion Daily MSCI India Bull 2X Shares)을 아들에게 증여했던 A씨. A씨 얼굴에는 요즘 웃음꽃이 폈다. 이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150%를 넘은 덕분이다. 대표 패시브 지수인 MSCI 인도 지수를 2배로 좇은 결과다. 그는 “지난 2분기 이후 상승폭이 다소 가파르기는 했지만 단기 조정이 와도 별걱정은 없다. 인도라는 국가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을 한 것인 만큼 트레이딩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인도 증시가 고공행진 중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궁지에 몰렸던 때를 떠올리면 ‘상전벽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가 고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자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가 인도로 몰려든 덕분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 대표 주가 지수인 센섹스(SENSEX)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9월 22일까지 약 22% 올랐다. 이 기간 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개발 기업인 헝다그룹 파산 우려와 규제 리스크로 연일 살얼음판인 홍콩 항셍지수와는 더욱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 강세를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한다.

첫째, 중국 규제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올 들어 중국 정부는 주요 IT 플랫폼 기업과 엔터 산업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규제를 쏟아냈다. 최근 불거진 헝다그룹 디폴트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했다. 이 탓에 신흥 시장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인도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들어 인도 증시에 유입된 자금이 72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실제 중국과 인도 증시는 서로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 미국 리피니티브 통계에 따르면 최근 90일 평균 기준 인도의 센섹스지수와 중국의 CSI300지수 상관계수는 0.04에 불과했다. 대만 가권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의 경우 중국 CSI300지수와의 상관계수가 각각 0.16, 0.25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통상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낮다. 다시 말해, 중국 증시가 자국 고유의 이슈로 급등락해도 인도 증시는 별걱정 없다는 의미다.

인도와 중국 간 탈동조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환율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와 인도 루피화 가치는 최근 들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 위안화 가치는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인도 루피화의 경우 1.9% 절상폭을 기록했다. 인도 루피화 절상은 달러화 대비 루피화의 상대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로, 수출 등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때 나타난다. 특히 아시아를 겨냥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이 수익률 함수의 핵심 변수다. 투자 국가의 환율 가치가 하락하면 앉아서 손실을 보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인도, 中 증시와 연관성 낮아

▷亞 공급망 재편 호재 분석도

두 번째 요인은 중국 리스크에 따른 미국 주도 아시아 공급망 변화 흐름이다. 이른바 ‘차이나플러스원(China+1)’ 전략 수혜국으로 인도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차이나플러스원 전략은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중국 이외 국가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말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아시아 신공급망 구축 전략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아시아 국가별 수출, 경기 온도 차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인도 간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은 ‘쿼드’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의 안보 협의체다.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협의체로 운영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정상 간 회의체로 격상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 재편 아래 최근 인도 증시가 미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동조화 흐름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로 전문가들은 수출 지표를 꼽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 2분기 GDP는 1년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진했던 기저효과를 반영해도 지난 1분기 1.6%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8월 인도 제조업 PMI지수 역시 지난 7월 55.3에서 52.3으로 소폭 둔화했지만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출 경기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완만한 흐름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인도 수입 비중은 연초 이후 증가세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실제 지난 7월 인도 수출 증가율은 1년 전 대비 55.4%였다. 덕분에 7월 수출액 기준 사상 최고치(354억3000만달러)를 갈아치웠다.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공교롭게 올 들어 미국 수입 비중이 높아진 아시아 국가의 증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는 자국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어 내수 경기 반등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여러 우호적인 요인이 인도로 투자자를 불러 모았다. 역대 최저 금리(4%) 속 지방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역대 최대 수준의 외화 보유고 등이 그렇다. 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완화 이후 경제 활동 정상화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겠다”며 현 기준금리 4%를 계속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덕분에 인도 펀드 수익률은 날개를 달았다. 현재로서 인도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며 국내 펀드나 해외 ETF를 매수하는 것이 속 편한 선택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기준 인도 주식형 펀드 24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7%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8%로 주요 지역 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TIGER인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합성)’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5%에 달했다. 이외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피델리티인디아’ ‘KB인디아’펀드 등의 수익률도 준수했다.

국내 상장된 해외 ETF 중에서는 인도 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수익률이 20%로 전체 ETF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KOSEF인도니프티50’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상장된 인도 ETF 중에서는 두 배 레버리지 ETF인 ‘Direxion Daily MSCI India Bull 2X Shares’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관건은 인도 경제가 앞으로도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일부 우려 요인을 지목하기도 한다. 가령, 지난 6월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GDP 성장 전망치를 10.5%에서 9.5%로 하향했다. 또 민간 소비가 인도 GDP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데 1분기 소비 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가계 최종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19%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로는 2017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 환경에서는 저소득층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공급망 질서 변화 등의 거시적 요인으로 인도의 장기 성장 추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단, 인도 기업의 견고한 이익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기간 조정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도 증시 전체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201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이익 개선 과정을 빠르게 반영한 결과다. 이 때문에 고점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기존 투자자는 점진적 이익 실현을, 신규 투자자는 기간 조정을 중장기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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