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파다 '50억 퇴직금' 지뢰 밟은 野..싸늘한 민심 곤혹
“이재명 경기지사를 정조준해 대장동 의혹 총공세를 펴는 와중에 내부 진지에서 폭탄이 터졌다”(국민의힘 초선의원)
26일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31)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국민의힘에서 나온 반응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최근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위’(TF)를 설치해 대장동 비리 의혹 공세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당 재선 의원이자 ‘문재인 정부 저격수’역할을 해온 곽 의원의 아들 논란으로 역풍이 거세지자, 당 내부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곽상도 아들 논란이 대장동 의혹 삼키면 어쩌나”
국민의힘 측은 일반 국민 사이에서 ‘50억 퇴직금’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에 특히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은 “사업구조 등이 복잡한 대장동 개발 의혹과 달리, 곽 의원 아들 건은 ‘50억 퇴직금’으로 국민 뇌리에 쉽게 인식된다”며 “만약 수사기관 차원의 대장동 의혹 규명이 지지부진하면 당만 타격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당 지도부는 곽 의원 아들 논란이 ‘제2의 조국사태’로 비화해 어렵게 공들인 20·30세대의 표심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촉을 세우고 있다. 곽 의원 아들은 25세인 2015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약 5년 9개월간 일한 뒤 퇴직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곽 의원 아들 논란을 포함해 모든 문제의 근원이 결국 대장동 개발 비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野 연루자 없나…“조기에 솎아내야”
곽 의원을 두고 지난 26일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사이에선 제명 등 엄정한 대처가 거론됐다고 한다. 곽 의원 탈당 뒤에도 당내에선 “또 다른 야권 내 연루자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앞서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진 걸 두고 “야권 인사 연루 의혹이 무방비로 터지면 이 지사만이 아닌 정치권 전반의 게이트로 물타기 될 것”이라는 당내 우려가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 문제를 미리 제보받고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그런 제보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곽 의원) 본인에게 경위를 물어보니 언론보도(해명)와 같은 답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으로선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해서 특검에 의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말 드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TF 소속 의원은 “야권 인사가 조금이라도 연루됐으면, 우리부터 투명하게 털고 가야 당이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지사)을 조준할 수 있다”며 “당 내부조사 기구라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野 “몸통은 결국 대장동 개발 비리”
국민의힘은 TF를 중심으로 진열을 재정비하면서,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TF 관계자는 “곽 의원 아들 등의 특혜 논란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당시 성남시가 민간사업자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방조했다는 본질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연일 특검을 요구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대장동 개발에 앞서 실시된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두고 “대장동 개발의 축소판이란 의혹이 제기됐다”며 “두 사업의 가장 큰 공통분모는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이라는 사실”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재명 캠프 측은 이날 오전 곽 의원이 “이 지사야말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명실상부한 주인”(17일)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곽 의원은 “이 고발은 무고죄에 해당하는 것 같다. 향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곽 의원 아들 곽씨는 “올 3월 50억원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돼 원천징수 후 28억원을 계좌로 받았다”며 “아버지가 화천대유 배후에 있거나, 그로 인한 대가를 받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곽상도, 의원직 사퇴 결단해야”
이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곽 의원이 탈당해 당내 징계절차가 어렵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곽 의원의) 의원 품위유지가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이상의 조치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초선의원들이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선 “젊은 세대의 분노가 클 것”이라며 “(젊은층)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곽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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