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人의 은인 ①] 하루 평균 6명, '장기기증' 기다리다 사망한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9. 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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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기증자수 더 줄어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현황은 인구 100만 명 당 8.7명. 스페인(48.9명), 미국(36.9명), 영국(24.9명)에 비교하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장기기증희망등록자 또한 국민의 약 4%에 불과해 미국(60%, 보건복지부 통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여전히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탓일까. 국내에서 매일 5.9명은 장기기증자를 기다리다 끝내 사망한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뇌사자 장기기증으로 최대 8명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다. 기증자는 그렇게 8명의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장기기증 의향 인식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기증희망등록 의사를 밝힌 사람은 적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에 약 6명, '장기 기증자' 기다리다 사망한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성인 10명 중 7명(66.5%)은 '장기기증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210만3263명으로, 전 국민의 약 4%만이 희망등록 의사를 밝힌 상태다. 생각은 있지만 실제 서약이나 기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당시 설문에서 기증 의향이 없는 이유로 ▲인체훼손에 대한 거부감(33.0%) ▲막연히 두려워서(30.4%) ▲사후처리나 예우 등이 부족해서(16.5%) 등을 꼽았는데,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도 이와 같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장기나 조직이식이 필요한 대기자는 2020년 기준 4만3182명. 이중 신장·간·췌장·심장·폐·췌도·소장 등 장기가 필요한 대기자는 3만5852명, 골수와 안구 등 조직이 필요한 대기자는 5030명이다.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19년 기준 2136명, 하루에 약 5.9명이 대기 중 사망한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더해져 기증자 수는 더욱 줄었다. 지난해 1~8월 기증자 수는 320명이었던데 반해, 올해는 286명으로 약 10% 감소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윤식 홍보팀장은 "장기기증이 상승세이긴 하지만, 4만여 명에 달하는 이식 대기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외 원정 장기이식, 장기매매 등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장기기증이식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 사례는 해외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기기증·인체조직기증·시신기증 차이점은?

뇌사자 혹은 사망자의 장기기증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증 통보 접수를 받으면 장기·조직 코디네이터가 현장을 방문해 의학적 적합성 평가를 거친 후 서면동의서를 작성한다. 이후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의료진이 포함된 뇌사판정위원회의 '만장일치 뇌사 판정'을 받으면 수혜자에게 수술이 이뤄진다. 추가로 인체조직기증에 동의한 경우, 조직기증 적합성 평가를 거쳐 조직을 채취한다. 기증 수술 후에는 시신을 훼손이 적은 상태로 복원해 기증자에게 다시 인도한다. 이때 장례식장이나 화장터까지 예를 갖춰 이송하며, 기증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전혀 없다. 김윤식 팀장은 "사전 협약 여부와 관계없이 기증자와 유가족에 예우와 가족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장기기증, 조직기증, 시신기증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선 장기기증은 주로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돼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때 장기를 기증해 최대 8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것을 말한다. 생존했을 때도 장기의 일부를 기증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가까운 친족에게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뇌사 판정의 기준은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하고, 심박동 외 모든 기능이 정지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로 한정한다. 단순히 의식이 없고, 자발적 호흡이 가능하거나, 목적 없는 약간의 움직임이 가능한 등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 상태인 경우엔 장기이식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조직기증은 장기가 아닌 각막, 피부, 뼈, 인대, 혈관, 신경 등을 기증하는 것이다. 기증된 인체조직은 수술이나 질병, 외상으로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조직을 재건하거나 기능을 회복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즉각 이식이 필요한 장기와 달리 조직은 가공, 처리를 거쳐 조직은행에서 최장 5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한편 시신기증은 사후 의학교육과 연구를 위해 시신 전부를 기증하는 것으로, 따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 관련 기관에서 관리하지는 않는다. 각 의과대학을 통해 희망등록을 할 수 있으며, 장기나 조직을 기증한 후에는 시신 기증이 어렵다.

◇소중한 약속, 수십 명에게 '새 생명' 선물한다

한 사람의 장기기증은 최대 8명, 조직기증까지 포함하면 수십 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지난 11월 배달 업무 중 사고로 뇌사에 빠진 20세 청년이 7개의 장기를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린 바 있다. 2019년에는 9세 소년이 8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나기도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DIP(Donation Improvement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거점병원과 협약을 맺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초록색을 장기기증의 상징으로 정해 장기기증 인식 개선을 위한 '그린라이트 캠페인'도 진행한다. 장기기증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이나 홈페이지, 희망서약 상담번호(1544-060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할 때 '운전면허 표기'를 함께 신청하면 갱신·재발급 시 확인할 수 있다./사진=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제공

장기기증희망등록 의사가 있다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우편, 팩스로 신청하면 된다.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 서명과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신청 후에는 기증 희망등록증을 발급하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도 함께 제공한다. 운전면허증 갱신·재발급을 할 때 "장기조직기증" 문구가 표시되도록 신청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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