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의 날이 밝았습니다, 36년 직장 생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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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기자]
27일, 36년의 직장생활이 끝이 난다. 오전에 회사에 출근해 퇴직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금열쇠와 사우회 금일봉, 후배들의 기념패 등을 받고 오면 된다. 고도 근시와 난시로 현역 입영 면제를 받은 까닭에 만 24세가 채 안 된 나이에 입사, 무려 36년 이상을 근무하고 60세에 물러난다.
지난 8월 중순, 회사에 퇴직 일자를 통보하고 본격적인 퇴직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노후설계나 제2의 인생구상 등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소 마음을 주고 받았던 후배들과의 점심, 저녁 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 무려 36년 이상을 근무하고 60세에 물러난다. |
ⓒ elements.envato |
코로나19 탓에 1명 또는 2명씩과 만날 수 밖에 없다보니 추석연휴를 제외한 지난 주까지도 부산했다. 후배들은 공통된 질문을 던졌다.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앞으로 뭐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만감이 교차한다"와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무작정 맞는 거지 뭐"라는 말로 대답했다.
선배들의 퇴직 직후는 대체로 공통된 움직임이 있었다. 주로 일단 해외로 떠났다. 짧게는 일주일 정도, 길게는 한두 달씩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주사파'가 되는 사례였다. '일주일에 네 번 골프를 치는 부류'였다. 부부가 국내여행을 시작하는 치들도 적지 않았다.
내 상황은 좀 다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불가하고, 국내여행도 아내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선뜻 갈 수 없다. 골프를 즐기지 않은 나로서는 선배들의 관행적 행태를 답습할 상황도 아니었다.
당장 퇴직 첫 날부터 뭘 할지 갑갑했다. 퇴직 행사를 마치고 나면 오전인데 집으로 그냥 오는 것도 뻘쭘하고 그렇다고 점심부터 백수 친구들을 불러내 낮술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집 근처 국립중앙도서관을 알아보니 사전 예약을 해야 열람실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것 역시 번거로워 쉽게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학원 수강을 한다거나 스포츠 시설에 등록하는 등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놓지 않은 게 후회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집에 쌓인 책 정리와 회사서 가져 온 개인비품을 정리해 볼 작정이다.
퇴직 후 글쓰기, 새로운 재미가 기대됩니다
한 가지 나름 마음먹은 게 있다. 퇴직했다고 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니 일단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 시국에 경제적 궁핍함을 맞닥뜨리지 않는 퇴직 후의 삶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여태 내가 시간을 활용했다면 당분간은 시간이 가는 대로 나를 맡겨볼 생각이다. 절박함이나 간절함에서 오는 성급한 결정이나 스트레스에 얽매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쉬면서 뭘 좋아하는지 찾아보고, 잘 안 찾아지면 또 그대로 시간을 보내면서 오마이뉴스에 쓰고 싶은 글이나 간혹 보낼까 한다. 채택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글쓰기 자체에 기쁨을 느끼면 되지 않겠나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자정이 가까워온다. 잠은 안오지만 눈을 붙여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의 마지막 시간, 좀 산뜻한 얼굴로 가야되지 않겠나. 퇴직 후의 내 삶에 오마이뉴스가 큰 재미를 제공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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