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뛰는 38세 거미손 김영광, 성남 1부 잔류 이끈다

피주영 2021. 9. 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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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경기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어느새 (이)동국이 형 기록을 넘어섰네요.

성남FC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38)이 K리그 최다 출전 단독 2위로 올라선 소감을 밝혔다. 김영광은 지난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31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통산 549번째 경기를 치른 그는 이 부문 2위였던 이동국(은퇴·548경기)을 제쳤다. 1위는 '거미손' 김병지(은퇴)의 706경기다. 김영광은 "(김)병지 형과 동국이 형은 모두 존경하는 선배들이다. 형들의 모습을 배우고 따라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가율·10, 가인·7)들이 아빠가 축구 선수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절대 축구를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 언제까지 장갑을 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

김영광은 1983년생으로 K리그 최고령 선수다. 올 시즌이 데뷔 20주년. 팀 막내인 골키퍼 정명제(19)가 태어난 2002년 데뷔했다. 김영광은 "내가 신인일 때는 10살 차이만 나도 대선배로 느꼈다. 밥 먹을 때 눈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다. 시대가 변했다. 어린 선수들과 융화를 잘 해야 (팀이) 분리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다가간다"고 말했다. 롱런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김영광은 20년째 몸무게가 86~87㎏이다. 이 몸무게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 20대 못지않은 근육질 몸매다. 올 시즌도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했다. 김영광은 "나도 저녁에 치킨도 먹고 싶지만 다음 날 생각하면 그러지 못한다. 몸상태와 경기력이 좋지 않은데도 경기에 나가는 건 나 자신이 용서 못한다. 덕분에 아직까지 몸상태가 (젊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영광도 최근 황당한 실책을 저질렀다. 지난 22일 수원FC전에서 동료의 백패스를 롱킥으로 연결하려다 헛발질했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공이 갑자기 튀어 오른 것이다. 김영광의 발에 빗맞은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들어가 자책골이 됐다. 팀은 1-3으로 졌다. 그는 다행히 강원전에선 철벽 수비를 펼쳤다. 무실점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김영광은 "개인 기록 수립 날은 대부분 지거나 비겼는데, 이번엔 이겨서 기분이 좋다. 지난 경기 실책으로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말했다.

성남(승점 34)은 리그 9위로 올라섰지만, 강등권인 11위 광주FC(승점 29)에 5점 차로 쫓겨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즌 종료까진 팀당 7~8경기 남았다. 김영광은 후배들과 함께 팀의 1부 잔류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그는 "하위권 팀들은 한 경기가 너무 피 말린다. 그래서 선수들이 긴장하고 부담감을 느낀다.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선배로서 노력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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