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게 '이상한' 세상을 꿈꾼다

강민호 2021. 9. 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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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접촉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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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기자]

추석 연휴 첫날, 아버지 같은 지인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연락을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필자가 사는 빌라 현관을 나가고 있을 때, 2층에서 처음 보는 어린 아이들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고 있었다. 아마도 추석을 맞이해 할아버지나 할머니 집에 온 아이들 같았다.

빠르게 내려오다가 나를 마주치자 아이들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이상한 눈빛도 없이 다른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인사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필자와 같은 장애인들은 아이들의 인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길가다가 필자와 같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면 전염병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같이 피하기 일쑤였다.

피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외계인이나 신비한 동물을 보는 눈빛으로 필자와 같은 장애인들을 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필자와 같은 장애인들을 전염병이나 불치병 환자처럼 여기며 피하지도 않고 외계인이나 신비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보는 아이들이 없다. 비장애인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인사해주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모습은 또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장애인들이 식당이나 가게에 가면 문전 박대를 당하거나 동전을 받고 내쫓김을 당하기 일이 태반이었다.

장애인들이 식당이나 가게에 가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했고 장애인들은 공짜로 음식을 얻어먹거나 공짜로 물건을 얻으려고 가게와 식당에 온다고 생각하는 주인들이 많았다.

특히나 장사를 시작하는 때, 마수걸이 손님이 장애인이면 그날 장사는 안 된다는 근거 없는 속설 때문에 식당이나 가게 주인이 첫 손님으로 장애인들이 오는 걸 싫어했다. 장애인들도 첫 손님으로 식당이나 가게에 가는 것을 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장애인들이 가게나 식당에 첫 손님으로 가도 싫어하는 주인들도 없고 손님으로 식당이나 가게에 첫 손님으로 가는 것을 피하는 장애인들도 없다. 식당에서 장애인들이 음식들을 먹거나 가게에서 장애인들이 물건들을 사는 것을 싫어하는 비장애인 손님들도 없어졌다.

비장애인들이 더 많은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다면 

필자는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달라진 이유는 과거에 비하여 장애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장애인들은 거의 다 외딴곳에 있는 수용시설에서 생활했다. 이것은 장애인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었지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근거 없는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현재에는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면서 비장애인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고, 비장애인들도 이런 선입견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장애인들이 전염병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값을 치루고 식당에서 음식들을 사 먹고 물건들을 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알게 되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늘어 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인들은 직업 수행에 많이 서툴고 동료로 지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직업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이 적고, 적합한 직업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문제들 해결된다면 직업이 없는 장애인들이 오히려 이상해지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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