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민이 손수 지은 기차역, 영화 '기적' 실제 모델 봉화 양원역
백종현의 여기어디?
허구 반 실화 반
분천2리 김태정(69) 이장은 “터널에서 기차를 만나면 몸을 바짝 벽에 밀착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사고가 종종 일어났지만, 마땅히 돌아갈 길도 없었다. 오죽하면 직접 간이역을 만들었겠나”라고 회상했다. 그 시절 장에 나갔던 어르신들은 마을을 지날 때 기차 밖으로 짐을 던져두었다가, 다시 그 먼 길을 되돌아와 짐을 거두어 갔단다. 양원역이 생긴 건 1988년 4월의 일이다. 마을 사람들이 손수 곡괭이로 돌을 고르고, 벽돌을 올려 세 평 남짓한 간이역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 민자 역사의 탄생 스토리다.
거기에 양원역은 없었다
이장훈 감독을 비롯해 촬영‧미술감독 등 주요 스태프가 촬영 전 함께 마을을 찾았다. 이 감독은 “영화 속 준경처럼 승부역부터 양원역, 분천역까지 쭉 걸어봤다. 사전 답사 차원이었지만, 오지 여행 같기도 했다. 이때의 체험을 토대로 로케이션과 미술 작업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양원역은 강원도 정선 여량면 유천리에 실물 크기 그대로 복원해 촬영했다. 마을 사람이 기차를 피해 오가던 철로와 터널의 모습 등은 대부분 정선 레일바이크에서 촬영했다. 준경과 라희가 자전거를 타고 기암절벽 아래 시골길을 지나는 장면은 정선 임계면 낙천리의 풍경이다. 협곡과 다리, 기차가 어우러진 모습은 강원도 원주 레일파크(간현유원지)에서 담았다. 그러니까 영화 속 강물은 봉화의 낙동강이 아니라, 원주의 섬강이다.
승부역의 외관은 강원도 삼척 도경리역의 모습이다. 도경리역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 5월 지어진 1층 목조건물로, 영동선(영주~강릉)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이다. 열차 내부 모습은 경기도 의왕 철도박물관에 보존된 옛 협궤열차 내부에서 촬영했다. 국내에서 1965년에 제작해 실제 수인선(수원~인천)을 달리던 열차로, 일반 여객열차와 달리 승객이 마주 보고 앉는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협곡을 걷다
걷기여행도 가능하다. 분천역에서 시작해 양원역을 거처 승부역에 이르는 12.1㎞ 길이의 트레킹 코스(낙동강 세평하늘길)가 있다. 철로 옆 샛길을 따라 걸으며 그 시절 어르신의 고단한 삶을 몸소 체험하는 길이다. 협곡의 절경이 내내 따라다닌다. 중간중간 산 비탈을 만나지만, 3~4시간이면 다 걸을 수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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