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나를 위한 요리

2021. 9. 2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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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 1년간 체류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냉장고와 부엌을 함께 쓴다는 게 처음엔 꽤 꺼림직했지만 살아보니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다.

그래도 TV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낯선 식재료들을 직접 보니 호기심도 발동해서 정보를 찾고 소금 후추 적당히 뿌려 볶아 먹는 간단한 방법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란 숙련된 주부만 할 수 있는 고난도의 일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반조리 제품이나 외식에 의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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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패션마케터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 1년간 체류한 적이 있었다. 일하러 간 게 아니라 공부를 하러 갔던 참이라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데 런던에서 버스로 2시간쯤 떨어진 외곽인데도 물가가 상당했다. 일단 월세가 워낙 비싸 혼자 사는 사람이 욕실과 부엌을 모두 갖추고 사는 건 꽤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거실이나 욕실, 부엌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가 흔했다. 다른 사람과 냉장고와 부엌을 함께 쓴다는 게 처음엔 꽤 꺼림직했지만 살아보니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다.

외식비도 상당히 비싸서 평범한 식당에서 뭐 하나 사 먹으려면 못해도 2만원 이상 낼 각오를 해야 했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몇 주 임시로 거처할 때는 주로 싼 패스트푸드를 찾아다니며 버텼는데, 방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장만하러 근처 슈퍼마켓에 갔을 때 식재료 가격이 너무 저렴해 깜짝 놀랐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싼 편인 고기와 과일 종류가 워낙 싸고 다양해 먹고살 걱정의 큰 축을 덜어줬다. 값싼 먹거리들이 가까운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입되는 덕이었다. 가격이 너무 낮아 생산지의 노동 인권과 탄소 발자국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지만 그래도 지갑 얇은 서민과 이주민들의 식생활은 해결됐다.

다음은 요리가 문제였다. 처음엔 요리의 기초를 몰라 뭘 어찌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TV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낯선 식재료들을 직접 보니 호기심도 발동해서 정보를 찾고 소금 후추 적당히 뿌려 볶아 먹는 간단한 방법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국적 불명의 음식이긴 해도 좋아하는 재료를 내 입맛에 맞춰 조리하니 꽤 훌륭한 식사가 됐다. 결국 1년 동안 음식 해서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살이 쪄 돌아왔다. 요리란 숙련된 주부만 할 수 있는 고난도의 일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반조리 제품이나 외식에 의존했었다. 그러다 간단한 조리법 몇 가지를 배워두니 나의 복지에 큰 보탬이 된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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