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정상회담 꺼낸 김여정.."제재 완화 꽃놀이패" 관측
북한이 2007년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재개에 올인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꽃놀이패’다. 대선 개입 논란 등 6개월이 채 안 남은 대선 레이스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5일 담화에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폭파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김 부부장은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머쓱했던지 개인적 견해를 내세웠다. 또 전날 담화 발표 이후 하루 동안 남한 정치권을 주시한 결과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았고, 15일엔 한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남북관계 파괴’까지 거론하며 날 선 비판을 거듭했다. 그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 갑자기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전형적인 입장 돌변을 통한 협상 우위 확보 전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 국면을 놓치지 않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이며, 전반적으로 조바심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조건도 추가했다.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라며 ‘불공평한 이중 기준’과 ‘지독한 적대시정책’부터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새 조건인 ‘이중 기준’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적대시정책은 연합훈련 영구 중단, 첨단무기 도입 금지 외에 대북 제재, 인권, 주한미군 등 방대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북한이 의도적인 모호성으로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이런 조건 제시와는 상관없이 남북 대화를 재개한 후 정부의 지원과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지원사격 얻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현재 대북제재, 코로나 방역, 식량난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 카드(정의용 외교장관, 22일 미국외교협회 대담)까지 언급하면서 사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미 물밑에서 남북 간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신중하다. 북한은 물론 한국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은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날엔 “여러 차례 밝혔듯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이에 긍정적으로 응하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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