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뉴딜펀드, 펀드 다양성 퇴보시킬라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참여형 ‘정책형 뉴딜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저조한 수익률부터 세금과 낙하산 인사 등 입길에 오른 논란거리만 여럿이다.
뉴딜펀드는 크게 ‘정책형 뉴딜펀드’와 ‘뉴딜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이다. 크게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출자로 ‘모(母)펀드(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일반 국민을 포함한 민간 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뉴딜인프라펀드)’를 결성하는 식이다.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이하 뉴딜펀드)’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오는 11월 2차 뉴딜펀드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000억원 규모 국민참여 뉴딜펀드 조성을 추진해 연말 펀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9월 9일 밝혔다.
▶손익차등형 구조로 손실 재정 보전
금융 투자 문화 훼손 비판도
지난 3월 말 세상에 나온 뉴딜펀드는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뉴딜펀드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일반 투자자
물량(약 1460억원)이 조기 완판됐다.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만기 4년 폐쇄형 구조임에도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 때문이다. 뉴딜펀드 구조는 ‘손익차등형’이다. 손익차등형은 수익증권을 선순위와 후순위로 구분 짓는다. 선순위, 후순위는 투자 위험을 부담하는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이다. 가령, 펀드가 손실이 나면 후순위 투자자 투자금에서 이를 먼저 차감한다. 반면, 펀드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웃돌면 위험을 상대적으로 많이 떠안은 후순위 투자자가 선순위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 뉴딜펀드는 일반 투자자를 선순위, 정부와 공공기관, 기관 투자자 등을 후순위로 참여시켰다.
뉴딜펀드 기준 수익률은 20%다. 일반 투자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펀드 기준가가 21.5% 하락할 때까지는 일반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받는다. 만기 시 수익률이 0~20%인 경우, 모든 투자자가 출자 비율에 맞춰 수익을 나눠 갖는다. 반면, 20%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일반 투자자와 후순위 투자자인 정부, 기관 투자자 등이 각각 4 대 6의 비율로 배분받는다. 후순위 내에서도 정부와 운용사는 초과수익에 대해 7 대 3으로 나눠 갖기로 했다. 다소 복잡한 펀드 구조와 만기 4년 폐쇄형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뉴딜펀드가 큰 인기를 끈 것은 일정 수준까지 손실이 나도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낮다는 점 덕분이었다.
뉴딜펀드는 원금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준다는 점 때문에 판매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분산으로 아무리 개별 기업의 위험을 낮추더라도 시장에 뛰어든 위험만큼은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은 재무학의 기본 전제다. 은행 예금도 원금을 전액 보장해주지 않는다.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서 원리금 기준 5000만원까지만 보상한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뒷말을 낳았던 사모펀드의 원금 전액 보상 논란과 맞물려 ‘세금(재정)으로 위험을 떠안는 그릇된 투자 문화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던 이유다.
수익률이 부진한 것도 마뜩잖다. 현재 뉴딜펀드는 KB·신한·한화·IBK·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 5개 공모펀드 운용사가 사모투자재간접형으로 하위 운용사 9곳의 10개 사모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구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기준 KB·신한·한화·IBK·골든브릿지 등 5개 운용사를 통해 출시된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뉴딜펀드, 운용사에 ‘계륵’ 같은 존재
펀드 ‘구축효과’·세법 논란 등 구설수
운용사 입장에서도 뉴딜펀드는 ‘계륵’ 같은 존재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금융사는 신사업 인허가 등에서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데, 자칫 저조한 수익률로 재정 투입 논란이 불거지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앞으로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질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한쪽에서는 펀드 ‘구축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축효과는 경제학 용어로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으로 국채가 대규모로 발행될 경우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펀드 ‘구축효과’는 정부 국채가 유동성을 흡수하는 현상에 빗댄 것으로 뉴딜펀드를 제외한 공사모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단절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금 손실 포비아가 확산된 최근 금융권 분위기에 비춰 재정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상쇄한 정부 상품으로 유동성이 쏠린다면 전체 시장의 다양성이 퇴보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 우려했다.
세법 논란도 개운치 않다. 현행 소득세법으로는 일반펀드의 경우 ‘좌수(지분)비례 방식’으로 과세한다. 쉽게 말해, 투자자별 지분에 비례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은 손익차등형 펀드에 적용하기 어렵다. 뉴딜펀드 등 손익차등형 구조는 후순위 투자자가 선순위 투자자에 대해 손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지분에 따라 소득을 분배하지 않아 과세표준을 산정하기 녹록지 않다.
특히 운용업계는 손실이 났을 경우를 우려한다. 현행 좌수비례 방식으로는 상장 주식 매매차익을 뺀 펀드 순자산이 과세 대상이다. 가령, 원금 1000원을 투자한 펀드에서 이자배당 소득 10원이 발생하고 주식 평가손 100원이 발생했다고 치자. 이 경우 펀드의 실제 순자산은 원금 대비 마이너스(원금 1000원 - 평가손 100원 + 이자배당 소득 10원)지만 세금을 물어야 한다. 주식 평가손 100원이 과세 산정 과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경우 평가손 포함 펀드의 실제 순자산은 910원으로 원금을 밑돌지만 과세 대상 순자산은 1010원으로 세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자칫 정부 등 후순위 투자자는 선순위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주면서 세금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 재정을 수백억원 투입했으면서 세법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며 “손실이 커졌을 경우 힘없는 민간 운용사들이 정부를 향해 ‘죄송하지만 세금도 내셔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관제펀드’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치적 논란도 뒷말을 낳았다. 최근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은 전문성이 부족한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투자 담당 임원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없던 일로 했다. 한국성장금융은 민간 사모펀드 지분이 절반이 넘지만 여러 공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는 일종의 ‘포퓰리즘펀드’ ”라며 “대선 등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관련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릴 경우 자본 시장이 또 한 번 상처 입을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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