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분배 기준 없어..조합 분쟁 불 보듯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9일 서울 서초동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이하 재건축연대)가 설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유예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전국 각지 재건축조합들이 모여 만든 연대다. 연대에 참여한 조합은 54곳이다. 서울은 강남구 개포주공5·6·7단지와 압구정3구역, 서초구 신반포2차 등 주요 재건축 단지 46곳, 경기에서는 과천주공4단지 조합 등 3곳이 참여했다. 이외에 대전, 광주, 부산, 경남 지역에서 각각 1곳이 참여했다.
재건축연대는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거나 유예해달라고 주장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으나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2012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1월 부활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사유재산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9년 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정부는 본격적인 부담금 징수 절차에 착수했고 올가을부터 서울 연희빌라와 반포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부담금 징수가 시작된다. 대상은 2018년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다.
일례로 서울 은평구는 지난 5월 ‘은평서해그랑블(146가구)’로 입주를 마친 구산동 연희빌라 재건축조합에 재건축 부담금을 통보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다. 금액이 확정되면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을 내는 1호 사업장이 된다. 연희빌라 재건축조합은 2018년 7월 부담금 예정액으로 총 5억6000만원(가구당 770만원)을 통보받은 바 있다.
▶재건축연대 “미실현 이익 과세 부당”
“도심 주택 공급 부족 심화된다” 우려도
재건축연대는 집을 팔아 차익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미실현 이익에 대한 수백만, 수천만,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납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집값 상승폭이 큰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재건축조합은 지난 7월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108가구)’이 준공·입주하면서 부담금 납부 시점이 임박했는데, 2018년 5월 부담금 예정액으로 총 108억5500만원(가구당 1억3569만원)을 통보받은 바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는 지난해 통보받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총 5965억6800만원(가구당 약 4억200만원)이었고, 방배동 방배삼익은 총 1271억8300만원(가구당 약 2억7500만원)에 달한다.
수년 전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을 미리 통보받은 재건축 단지들은 실제 부과되는 확정 부담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호소한다. 2017년부터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데다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 작업에 따라 공시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당시 공시 가격과 준공 시 공시 가격을 비교해 산출한다.
재건축연대는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는 것 역시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일반분양을 앞둔 영통2구역은 최근 조합원 1인당 2억9650만원에 달하는 재건축 예상 부담금을 통보받았다. 이는 당초 조합이 자체 추산한 1인당 7580만원의 4배에 달하는 금액. 여기서 영통2구역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는 전용 84㎡를 기준으로 각각 6억원 중후반대(3.3㎡당 1985만원), 7억원 중후반대(2250만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통2구역 조합원에게 부과될 재건축 부담금까지 감안하면 조합원이 일반분양 당첨자보다 2억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영통2구역 한 조합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청약 신청자는 큰 차익을 내는 ‘로또 분양’이 가능해졌는데, 노후 주거 환경을 손수 재건축한 조합원들이 새집에 살기 위해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는 게 맞느냐”고 토로했다.
조합원 부담금 분담 비율 산정 방법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부담금 총 액수만 조합에 통지한다. 현행 규정상 개별 조합원이 얼마씩 부담할지는 조합이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다. 반면 초과이익 산정 기준은 대개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이나 준공 시점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이라 조합원 지위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같은 기간이 적용된다. 초과이익 수준이 개인별로 차이가 남에도 부담금은 이에 따른 차등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 이익과 상관없이 같은 부담금을 내는 것을 두고 조합원 간 분쟁이 생겨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익에 대한 과금은 있으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에 대한 구제안이 없는 점을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징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연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 500개(22만8000여가구) 넘는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 중 서울 지역에서만 163개 조합, 8만1800가구에 이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재개발은 도심에 신규 주택을 공급할 거의 유일한 방안인데,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연기되면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차익에 대한 과세는 양도세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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