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美서 백신맞은 영부인.."국가 모욕" 브라질 뒤집혔다
브라질 대통령 부인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시사주간지 베자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내는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올해 39세인 미셸리 보우소나루 영부인은 지난 7월23일부터 수도 브라질리아 보건 당국의 접종 일정에 따라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기다렸다가 미국 뉴욕시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브라질에서는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백,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얀센 등 4가지 백신이 접종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브라질이 아닌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의료계는 "브라질 보건 시스템과 국가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위원장인 오마르 아지즈 의원은 "진정한 애국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대통령 부인은 브라질에서 백신을 접종해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위원장인 한도우피 호드리기스 의원 역시 "브라질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감염병학자인 페르두 할라우는 "대통령 부인이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했다면 그것은 브라질과 브라질 보건 시스템에 대한 모욕이자 자신감 부족"이라고 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20여 일만에 완치된 뒤 지금까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한번 걸렸기 때문에 항체가 생겼다는 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이다. 유엔총회에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채 참석했고, 그의 수행원 중 마르셀루 케이로 보건부 장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유엔총회에 동행했던 대통령의 셋째 아들이자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귀국 즉시 격리에 들어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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