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접점 도출 실패..D-1 언론중재법 강행 기로에 선 與

심새롬 2021. 9. 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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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본회의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6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11차 회의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최형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여야 8인 협의체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 합의안 도출에 결국 실패했다. 협의체는 26일 오후 마지막 회의를 마친 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하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안 등 정기국회 현안 처리를 앞둔 여야는 한 달여만에 다시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대치 정국 앞에 섰다.

양당은 11차례의 회의 내내 개정안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국민의힘 측 회의 참석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비례·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폐기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30조의2),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조항(17조의2) 등을 전면 삭제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두고 “사실상 법안을 폐기하자는 것”(원내 관계자)이라고 맞섰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미 많은 부분을 받아들였다”며 “오늘 논의 결과가 어떻든 포털 공정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미디어 지원 등에 대한 법들을 보다 신속히 논의해 가능한 정기국회 내에 입법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향후 단독 법안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걸 암시한 말이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허위·조작 보도’ 개념을 삭제하는 대신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를 징벌 대상으로 적시하고, 기존 ‘최대 5배 배상’을 ‘5000만원과 손해액의 3배 중 높은 금액’으로 바꾼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과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오히려 더 개악된 내용”이란 반발이 나왔다.

언론중재법 본회의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6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11차 회의에서 민주당 김종민(왼쪽), 김용민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8인 협의체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공은 다시 양당 원내지도부와 이들을 중재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은 이날 윤호중(민주당)·김기현(국민의힘) 양당 원내대표 등과 심야 회동을 해 막판 의견 조율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 참석자는 “27일 오전 10시30분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 수석, 협의체 참여 의원(각 2명) 등 총 8명이 만난 뒤, 다시 국회의장-원내지도부 간 회동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지난달 30일 이미 한 차례 여야 합의를 당부하고 개정안 상정을 미룬 박 의장이 27일 본회의 개의·개정안 상정을 강행할지가 남은 관건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합의가 되든 안되든 27일 상정, 처리한다는 방침은 여야가 서명한 합의문에 명시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입법 독재에 대비해 우리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발언 순서를 다 짰다. 본회의가 최대한 안 열리게 할 것”(핵심 관계자)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협의체가 이날 합의 결렬을 발표하면서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구제를 위해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활성화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 했다”고 일부 공감대 형성을 알린 것과 관련해 여야가 또 한번 ‘조건부 연기’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방미 귀국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해) 시민단체나 국제사회 등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도 신중론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언론단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청은 이날 저녁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언론중재법 처리 방침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UN 인권이사회 등 국내외 우려와 야당과의 협상 결과 등을 폭넓게 검토했다고 한다.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은 24일 오후 한국 기자들과의 온라인 회견에서 “이렇게 형평에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안은 버려야 한다”고 여당 측 개정안을 비판했다.

언론계 반발은 이날도 지속됐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 “파국과 퇴행을 막는 유일한 출구는 사회적 합의기구뿐”이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는 거센 비판과 우려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27일 본회의 처리 방침이 이미 완전히 명분을 잃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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