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민 리스트, 미국이 받았다..멍완저우 귀환에 들썩 "외교 승리"
영웅 대접 받으며 애국심 가득한 성명 발표
中, '석방 교섭 카드' 캐나다인 귀국엔 침묵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25일 귀환했다. 미국의 이란제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돼 3년 가까이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신병 인도 재판을 받다가 풀려난 것이다.
멍 부회장의 귀환은 중국이 지난 7월 톈진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대화 때 미측에 요구한 개선 사항 중 하나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화웨이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시키려는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중국 정부 전세기편으로 캐나다 밴쿠버를 출발해 전날 오후 9시50분쯤 광둥성 선전에 있는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선전은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다.
중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원피스 차림을 한 멍 부회장은 붉은 카펫이 깔린 트랩(이동식 계단)을 내려와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공항에 나온 화웨이 임직원과 정부 관계자 100여명도 국기를 들거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썼다. CCTV와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멍 부회장 귀환 장면을 생중계했고 한때 1억명이 이를 시청했다.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2년 넘게 왼쪽 발목에 차고 있던 위치추적 장치도 뺀 상태였다.
멍 부회장은 공항 활주로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두 번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은 모든 중국인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고 내가 처한 상황에도 관심을 가졌다”며 “나는 개인과 기업, 국가의 운명이 연결돼 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념에도 색깔이 있다면 분명 중국홍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미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후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와 멍 부회장 측이 2022년 말까지 기소를 연기하는 데 합의하면서 풀려났다. 멍 부회장을 대리한 변호사 중 한 명인 윌리엄 테일러는 성명에서 “합의 조건에 따라 멍완저우는 미국에서 더 이상 기소되지 않고 캐나다에서는 범죄인 인도 절차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화상으로 법정에 출석한 멍 부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HSBC에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실 진술’에 동의했다. 미 검찰은 화웨이가 이란 통신업체와 거래하기 위해 스카이콤이란 유령회사를 동원했고 스카이콤과의 관계를 속인 채 HSBC와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멍 부회장 귀환을 외교 승리로 선전했다.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어떤 힘도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어떤 힘도 중국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미·중 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이 5G 네트워크와 반도체 같은 기술 경쟁에서 중국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를 둘러싼 양국 대결이 끝난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반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간 논쟁거리가 사라져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철폐하는 등 협력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매체는 멍 부회장 체포 이후 관계가 냉랭해진 캐나다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편에 섰던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무언가 성의를 보이라는 식이다.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CPTPP 참여국인 캐나다가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멍 부회장 석방 교섭을 위해 억류했다고 알려진 캐나다인 2명도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 관용기편으로 캘거리에 도착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와 이들을 맞았다. 트뤼도 총리는 석방 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동맹국 지원에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 9일 후 중국에서 활동 중이던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인질 외교’ 논란이 불거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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