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와 맞교환? 부글부글 캐나다.."中, 인질정치했다"

이유정 2021. 9.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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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중국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24일(현지시간) 극적으로 석방된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왼)와 마이클 코브릭. [AFP=연합뉴스]

24일 오후 8시 45분(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팔러먼트 힐(연방 의회)’에서는 깜짝 기자회견이 열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에 구금됐던 캐나다 국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이 석방 돼 귀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의 발표는 멍완저우(孟晚舟)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석방 돼 중국발 비행기를 탄 이후 이뤄졌다. 동시에 두 명의 캐나다인이 탄 군용기가 중국 영공을 벗어난 직후였다고 한다.

몇 시간 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대법원은 멍 부회장에 대한 미국 뉴욕 검찰의 범죄인 인도재판을 취하했다. 미 검찰과 멍 부회장 측이 2022년 12월 1일까지 조건부로 기소유예를 합의하면서다. 2018년 12월 1일 멍 부회장이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밴쿠버 공항에서 캐나다 당국에 의해 체포된지 약 1000일 만이었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의 캘거리 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마이클 코브릭(가운데)이 쥐스탱 트뤼도(왼쪽 두번째)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3년 간 중국에서 옥살이를 했던 캐나다 국민 2명도 풀려났던 것이다. 이들은 2018년 12월 10일 중국 공안에 간첩 혐의로 체포 됐다. 멍 부회장의 체포 9일 만에 중국 땅에서 캐나다인 2명이 중범죄로 체포되면서 ‘보복 정치’ 논란이 일었지만, 중국 당국은 “두 사건은 관련이 없다”며 연관성을 강력 부인해왔다.

CTV방송·CBC뉴스 등 캐나다 매체들에 따르면 전직 캐나다 외교관 코브릭과 기업가 스페이버는 25일 오전(현지시간) 도미닉 바튼 주중 캐나다 대사와 함께 캐나다 캘거리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트뤼도 총리와 마크 가르노 외교부 장관 등이 이들을 맞이했고, 두 사람을 포옹했다. 코브릭은 현지 취재진에 “캐나다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건 기적적”이라며 “우리를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두 명의 마이클’ 사건으로 불렸던 이들의 구금 사건은 은 미중 고래 싸움에 불똥이 튄 캐나다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2018년 12월 체포 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멍 부회장이 지난 3년 간 밴쿠버 소재 자택에서 호화로운 가택 연금 생활을 누렸던 반면, 스페이버와 코브릭은 국가 안보 사건이라는 이유로 중국의 감옥에 수감 돼 재판 역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1월부터는 영사 접견도 제한됐다. 베이징 법원은 이들에 대해 올초 유죄 판단을 내렸고, 스페이버는 징역 11년의 중형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코브릭은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25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 [신화통신=연합뉴스]


이 때문에 캐나다 법원의 멍 부회장 석방 판결 직후 이들이 석방됐다는 점은 ‘인질 교환’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멍 부회장이 공개 사법 절차를 통해 변호인의 조력 하에 법정 공방을 벌인데 반해, 스페이버와 코브릭의 갑작스런 석방은 캐나다와 중국 어느 쪽에서도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CBC뉴스에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암울해 보였던 상황”이 “놀라운 해피엔딩”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캐나다 간 물밑 협상에 극적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가이 세인트 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캘거리헤럴드에 “중국이 멍완저우의 송환에 몰두한 나머지, 두 명의 마이클을 구금하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기존의 허울조차 져버렸다”며 “이 사건으로 중국의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전직 캐나다 외교관인 콜린 로버트슨도 CBC뉴스에 “중국은 인질극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여길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자의적 구금’에 대한 국제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멍 부회장의 자국 송환으로 표면상 봉합수순을 밟고 있지만,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는 장기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르네 옹 토론토대 부교수는 CBC뉴스에 “중국 정부는 인질 외교를 그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 두 명의 마이클을 부당하게 구금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게 됐다”며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가 이전만큼 회복되리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에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트뤼도 정부가 화웨이 퇴출 등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에 동참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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