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우수무당 가두심'→'홈타운'..오컬트 드라마들, 현실감 입고 가능성 넓히다

장수정 입력 2021. 9. 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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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소재와 오컬트의 만남, 친근하고 색다른 분위기로 주목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가 최근 방송가에도 깊이 들어왔다.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오컬트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파고드는 드라마도 있지만 부동산, 하이틴 로맨스와 결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컬트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TV, KBS 캡처

악마와 악령 등이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는 한때는 서양 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 영화 ‘엑소시스트’와 ‘컨저링’ 시리즈 등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은 있지만,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아 대중성은 부족하다고 평가되던 장르였다.


지난 2015년 영화 ‘검은사제들’이 흥행하면서 이후 다양한 오컬트 영화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무당, 굿 등 한국적인 정서를 오컬트와 결합한 영화 ‘곡성’부터 오컬트의 오락성을 부각한 ‘사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오컬트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면서 ‘낯설다’는 반응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방송가에서는 장르물에 집중하며 채널 색깔을 구축해가던 OCN이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지난 2018년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손 더 게스트’가 흥행하면서 오컬트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이 결합된 독특한 세계관을 다룬 드라마였지만, 3~4%의 높은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며 대중성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지워냈다.


이후 남부가톨릭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현상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 의사와 엑소시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프리스트’,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와 사회부 기자가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방법’ 등 오컬트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담은 드라마들이 꾸준히 제작되며 사랑을 받았다.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무속신앙과 결합한 오컬트는 종종 시도가 됐지만, 최근에는 현실밀착형 드라마도 등장하며 오컬트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KBS2 드라마 ‘대박부동산’은 부동산 문제를 통해 공감대를 넓혔다. 공인중개사인 퇴마사가 퇴마 전문 사기꾼과 한 팀이 돼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퇴마 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는 집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가진 귀신들이 등장했다. 분양 사기, 임대 아파트 차별, 재개발 비리, 대작 화가 논란 등 누구나 공감할 법한 애틋한 사연들이 몰입도를 높였고, 이는 오컬트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는 계기가 됐다.


카카오TV에서는 오컬트 장르에 10대들의 감성을 녹여낸 ‘우수무당 가두심’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원치 않는 운명을 타고난 소녀 무당 가두심(김새론 분)과 원치 않게 귀신을 보게 된 엄친아 우수(남다름 분), 위기의 십팔세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함께 학교의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드라마다.


전교 꼴찌 연쇄 자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는 있지만, 10대 소년, 소녀들의 귀여운 로맨스도 적절하게 담기면서, 오컬트 드라마도 풋풋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tvN

미스터리 스릴러와 오컬트를 결합한 tvN 드라마 ‘홈타운’도 새로운 유형의 오컬트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사주시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루는 ‘홈타운’은 살인 사건의 진실을 뒤쫓는 스릴러적인 재미 안에 오컬트적인 요소를 녹여낸 작품이다.


2회까지 방송된 현재, 1900년대 사주시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 사이 연결고리를 짐작하는 재미는 물론, 악령의 존재가 예고되면서 혼란스러움이 배가되고 있다. 현실 속 범죄 이야기에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한층 새로운 흥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직 방송 초반이라 평가는 이르지만 오컬트 스릴러의 매력은 각인됐다는 평가다.


이 드라마를 오컬트 분위기의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소개하면서 “장르물을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한 박현석 PD의 말처럼, 적절하게 덧입힌 현실감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능성을 넓히는 오컬트 드라마의 신선한 변주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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