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복귀 선언, 연기로 보답한다고?

이준목 2021. 9.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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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배우 김정현의 복귀에 대한 생각

[이준목 기자]

▲ 김정현 
ⓒ tvN
배우 김정현이 활동 재개를 앞두고 약 5개월 만에 공식적인 연기 복귀 의지를 밝혔다. 김정현은 최근 최근 김태희, 유승호 등 유명배우들이 소속된 스토리제이컴퍼니와 전속계약 소식을 알렸고, 지난 25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그간의 심경을 고백했다.

김정현은 사과문에서 "지난 몇 개월간 바닥이 어딘 지 모르는 곳을 떠돌아다닌 듯하다. 제 자신을 채근하느라 바빴고 마음 둘 곳 없이 허무했다. 그런 제 자신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저는 많이 모자란 사람이다. 제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지내왔던 것을 반성한다. 누군가를 탓하기에 바빴고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 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이 글은 제 자신 스스로 쓰는 반성문이기도 하다"라고 고백햇다.

김정현은 "저는 연기자이다. 무엇으로 보답하고 무엇으로 대중들께 다가가야 할지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기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새 소속사인 스토리제이컴퍼니에 대해서는 "지금의 저를 그대로 인정하고 케어를 약속해 주셔서 용기를 얻게 됐다. 함께 걸어갈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전 소속사에서 함께했던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 늦기전에 제 못난 모습을 지적해주시고 기사를 통하여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주신 많은 기자님들께도 감사하다."며 전 소속사와 언론에게 고개를 숙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기다려주시고 힘을 주신 팬분들게 고개숙여 마음깊이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마음을 앞으로 삶의 자양분으로 삼아 넘어지지않고, 혹 넘어지더라도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걸어가겠다. 연기에 집중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될수있도록 정진하겠다"며 앞으로의 연기 복귀 의지를 덧붙였다.

김정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연극 무대와 단편 독립영화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다가 2015년 첫 장편영화 <초인>을 통하여 대중적인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학교 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간>,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넘나들며 기대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정현은 201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시간>을 둘러싼 논란으로 큰 파문에 휩싸였다. 당시 김정현은 제작발표회에서부터 동료 여배우인 서현과 팔짱을 거부하는가하면 시종일관 딱딱하고 무성의한 표정과 답변으로 일관하여 주연배우로서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 방영 후반부에서는 건강 이상을 이유로 주연임에도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지만, 김정현 측은 배우로서 역할에 대한 지나친 몰입과 건강이상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후 김정현은 다른 작품을 통하여 여전히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갔고, 그렇게 <시간>을 둘러싼 논란은 조용히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몇 년후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에 함께 출연했던 또다른 동료배우와의 열애설, 그리고 전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3년전 <시간>을 둘러싼 논란도 덩달아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당시 김정현의 불성실한 태도 논란과 드라마 중도 하차에 모두 전 여자친구인 서예지가 관련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연예매체에서는 서예지가 동료여배우나 스태프들을 가깝게 대하지 말 것, 드라마에서 키스신이나 스킨십 장면을 거부하라는 선을 넘은 요구로 하도록 지시하며 김정현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가스라이팅'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후 서예지의 소속사 측에서 두 사람이 한때 연인관계였던 것은 사실이나 가스라이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정현과 서예지는 직접적인 입장표명없이 침묵을 지키며 여론은 악화됐다. 김정현의 건강문제나 가스라이팅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김정현이 프로 배우로서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으로 공동작업인 드라마에서 수많은 배우-스태프 등 수많은 관계자들에 민폐를 끼친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시 소속사가 없었던 김정현은 결국 지난 4월에 홍보대행사를 통하여 그간의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서예지나 가스라이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팬들은 진정성없는 사과라며 싸늘한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러 새 소속사를 구하고 연기활동을 재개할 시점이 되어 김정현은 다시 한번 과거의 일을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과가 중심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연기활동 복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피할수 없었던 과거사 이야기를 입장정리 차원에서 언급한 것에 가깝다.

돌이켜보면 김정현은 <시간> 논란이 불거지고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앞에 나서서  책임지고 해명하기보다는, 항상 주변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처음엔 드라마 제작진과 작가가 희생양이 됐고, 두 번째는 전 여자친구에게 화살이 집중됐다. 정작 본인은 건강문제-소속사 문제 등을 핑계로 내세우며 항상 뒤로 숨기에 급급했다.

이번에도 본인이 직접 쓰는 반성문이라고 했지만 정작 주어는 없다. 내용의 대부분은 본인이 논란 이후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지, 왜 자신이 다시 연기자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지에 치우쳐있다. 감정에 호소하여 구구절절하게 그 당위성을 읍소하는 변명에 가깝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중들의 의구심에 대한 구체적이고 속시원한 해명은 여전히 없었다.

무엇보다 거슬리는 문구는 '난 연기자다. 그래서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결론이다. 최근의 대중들은 오히려 이런 아전인수 식의 변명이나 합리화를 더 싫어한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운동선수가 '야구로 보답하겠다.'거나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정치인이 '깨끗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이 말의 이면을 뒤집어보면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어도 유명인은 '연기만 잘하면, 운동만 잘하면 결국 대중도 다 이해하고 용서해주겠지'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은 김정현이 연기를 못해서 실망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 부족-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 실종, 그리고 심지어 끝까지 거짓말과 변명으로 대중을 기만하려했던 김정현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김정현의 연기활동 재개는 순전히 본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을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려는 태도는 뻔뻔한 위선처럼 느껴진다. 과연 대중들이 앞으로도 김정현이라는 배우의 사과와 연기 재개를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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