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식당 폐업 2만 8543건, 끈끈한 대학가 공동체 사라져

한성주 2021. 9. 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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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유민 기자 =대학가는 휴업 중① : 식당 폐업 2만 8543건, 끈끈한 대학가 공동체 사라져

“제게 대학가는 또 다른 캠퍼스였어요. 학교의 연장선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학교 사람들을 자주 못 마주치는 건 물론, 사람 없이 휑한 거리를 볼 때면 두 번 다시 1~2학년 때의 추억을 만들 수 없을 거란 섭섭함도 몰려와요.” - 연세대생 김하은씨(24)

사진=이유민 쿠키청년기자

2021년 9월, 코로나가 대학가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 이후 네 번째 맞는 개강이다. 개강한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2학기란 1학기보단 많은 사람이 친근해진 또 다른 새 학기다. 학생들이 바글바글 해야 할 것 같은 대학가는 휑한 바람만 불어온다. 대학가의 평일은 한산했다. 사람은 몇몇 보였지만, 흔히 보이던 '과잠'이나 '학잠'은 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1년 반 동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폐업", "임대", 그리고 “더 만들 수 없는 추억”이라는 흉터가 남았을 뿐이다. 

● 서울 대학가 개·폐업지도

이미지=이유민 쿠키청년기자

2020년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전국의 음식점, 카페, 술집 등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12만 4767곳이 폐업했다. 그중 서울시는 2만 8543곳의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이 폐업했다.

이러한 모습은 고스란히 서울 대학가 개·폐업지도에서도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일반음식점(한식, 중식, 일식 등 음식류를 조리 및 판매하며, 식사와 함께 음주 행위가 허용되는 업소)과 휴게음식점(주로 다류, 아이스크림류 등을 조리하여 판매하거나 패스트푸드점 또는 공항 등에서 음식류를 조리하여 판매하며, 음주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업소 정보)의 개·폐업지도를 시각화했다. 많은 대학가 상권들에서 파란색과 검은색 부분으로 폐업지역이 눈에 띈다.

개강한 지 2주 뒤인 2021년 9월, 기자는 서울 대학가 지역 중 홍대/연대/이대, 성대, 경희대/외대 상권을 중심으로 학생과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석 설명: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자영업의 특성상, 폐업데이터 하나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개업과 폐업을 히트맵으로 나타냈다. VW-LAB의 분석방법을 참고해 시각화를 진행했다. 지방 인허가데이터에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을 기준으로 개업, 폐업한 음식점 데이터를 활용했다. 먼저 각각의 개업 음식점에 가중치 +1, 폐업 음식점에 가중치 -1을 부여했다. 히트맵을 그려본 결과, 파란색과 검은색(파란색보다 더 높은 수치)으로 표현된 지역은 개업보다 폐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 지역, 주황색과 빨간색(주황색보다 더 높은 수치)으로 표현된 지점은 주변 상권이 폐업보다 상대적으로 개업이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 학생들과 사장님들의 공동체 : 대학가

대학가는 학생들과 사장님들의 끈끈한 공동체다. 하지만 코로나19 1년 9개월 째에 접어들며 학생들은 대학과 대학가, 두 캠퍼스를 모두 잃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나갈 수도 없었지만, 학교문화의 연장선을 이어갔던 대학가의 문화도 누리기 힘들게 된 것이다. 학생들과 항상 함께했던 대학가 상권의 사장님들도 학생들을 잃었다.

● 신촌 근처 대학가 분위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일명 ‘핫플레이스’가 많은 서울 마포구 홍대, 연대, 이대 상권도 코로나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다른 지점들은 개업이 더 많은 곳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대학교들을 중심으로 한 대학가엔 폐업스팟이 형성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생 이현조씨(23)는 “코로나 한참 심한 시기에 신촌에 간 적 있었다. 진짜 유령도시 같았다. 왁자지껄 바글바글한 분위기 이젠 못 느낄 거 같다. 2019년만 해도 맥주 축제니 뭐니 거리축제가 엄청 많았는데 그런 신촌의 분위기가 완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 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9월 13일 이른 오후 서울시 연세대 근처 신촌 거리를 방문했을 때, 개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골목골목엔 임대와 폐업 딱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대학생들이 술집 분위기를 즐기던 신촌 술집 골목엔 영업을 지속하는 가게를 찾기가 더 쉬웠다. 새 학기 장사를 해야 하는 사장님들은 손님 없는 거리로 나와 쭈그려 앉아있을 뿐이었다. 

연세대 근처에서 ㄱ카페를 운영하는 김가빈씨(37)는 “원래는 평일에 학생들이 조금은 오고 했는데, 4단계 딱 터지면서 작년보다 완전히 더 심하게 안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다 편안하게 음료 마시고 주말엔 커플들 와서 놀다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그런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아쉽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가게는 평일 오후, 카페에 사람이 가장 많을 시간에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의 대부분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과 사장님과의 교류도 나누기 힘든 상황이다. 연세대 졸업생 김혜리씨(26)는 사장님과 대화 나누는 것 자체가 사장님께 부담이 될 수 있을듯해서 테이크아웃만 하고 다녔는데 그런 점이 아쉽다.”라며 달라진 문화에 대한 심정을 내비쳤다.

● 혜화에서 단체모임 하던 때가 그리워 

기자가 평일 오후 5시 반경 대학로를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성균관대학교와 혜화역 상권을 함께 끼고 있는 곳에서도 많은 가게가 폐업했다.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20년째 ㅅ막걸리집을 운영하는 김경임(50) 씨는 “학교 앞 단체 술집 같은 데가 많이 없어졌다. 없어지지 않은 곳도 임시휴업 중이다. 운영이 되게 어려웠을 것이다. 이 가게 2층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진짜 단체로 많이 왔었는데. 그때가 언제였나 싶네요. 신나게 놀던 학생들의 모습이 그립다. 나도 그냥 버티는 거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평일 오후 6시경, 북적북적해야 할 학생들에게 인기였던 막걸릿집엔 1층에 소규모의 손님들만 왔을 뿐, 2층 커다란 단체석은 텅 빈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학 근처 가게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사장님, ‘유쾌한’ 사장님들이 있기 마련이다. 성균관대생 이지영씨(22)는 이제는 폐업한 가게의 추억을 회상했다. 

“사장님이 굉장히 유쾌하셨던 기억이 있다. 분위기를 돋우는 추억의 노래를 틀어주셨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엔 그 시절 노래 맞추는 퀴즈쇼를 진행하시며 맥주 무료 쿠폰을 나눠 주셨다. 1학년 1학기 종강 파티를 했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동기 중 나만 종강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다음날이 기말고사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 그곳에 가서 소맥을 열심히 마셨다. 2학년 종강 파티도 그곳에서 하기로 약속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못하게 되고, 그곳이 폐업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씨가 회상했던 곳은 이미 텅 빈 가게가 되고 말았다. 임대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는 골목에서 밤새 동기들과 놀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사장님도, 가게도 모두 사라졌다.

● 외대 근처 상권이 많이 망가진 것 같아… 코로나가 원망스러워

한국외대와 경희대의 개·폐업지도도 위와 비슷한 양상이다. 조금 더 외부인의 유입이 많은 경희대 근처 상권은 외대 앞보단 조금 괜찮은 상태로 보이지만, 외대 앞 상권은 폐업이 높은 지역이 넓게 보였다. 9월 13일 오후 5시경 기자는 한국외대 앞을 찾았다.

실제 외대 상권은 폐업가게가 많이 보였다. 휴업한 음식점도 많았다. 외국 학생, 교환학생이 많은 외대 상권 특성상 외국 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런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대생 박한진씨(24)는 “상권이 많이 망가진 것 같다. 옛날에는 과잠입은 학생들로 바글거렸던, 할머니가 하시는 2000원짜리 노포느낌 만둣집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할머니가 하시는 저렴한 떡볶이 가게 한 곳도 손님이 하나도 없는 걸 봤는데 그냥 그걸 보는 내 마음이 너무 슬펐고 코로나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에 2대째 22년 동안 ㅌ 부대찌개집을 운영하는 조영배(55) 씨를 만났다. “학생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래야 그게 보람인데…. 지금은 재미도 없다. 장사도 안돼서 사는 것도 빡빡한데 그런 재미가 없다. 학생들하고 교류도 없고 해서 그렇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여기부터 점심시간엔 학생들하고 직원들하고 우르르 몰려오면 식당들이 다 찰 정도였다. 대학생들이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거 먹고 싶어서 왔어요!” 그런 게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들은 지 2년 된 거 같다”라며 웃었다.

“외국 학생들이 70% 정도도 빠진 것 같다. 외대 상권 특성이 있는데, 지금은 거의 못 들어오니까. 외국인이 거의 없다. 학생들이 부대찌개를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 자식같이 생각하고 조금 더 잘해줬다. 음료수도 서비스로 주고. 한국의 정을 주고 싶었다. 그 학생들이 한국어가 조금씩 늘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생각보다 교류가 많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어도 없다.”라며 학생들과 교류가 줄어듦에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맞은 편 지하 1층에 있는 술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외대 앞에서 가게 두 개를 운영하다 한 곳은 코로나로 폐업한 채 한 곳의 술집을 운영하는 이정옥씨(가명,55)는 “우린 원래 새벽 다섯 시까지 해야 하는데. 먹고 놀고 자취방에서 자고. 대부분 밥을 먹고 3차로 오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게 안 되니까 빨리했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 지하는 아무래도 밀폐됐다고 생각해서 더 못 오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하상권의 코로나 특수성에 대해 토로했다. 

● 다른 학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폐업지도를 살펴보면 앞선 세 대학가와 비슷하게 상권이 많이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왕십리역, 성수동과 함께 위치한 한양대학교와는 달리, 대학교 상권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인 중앙대학교 주변에선 개업률이 높은 곳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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