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는데 김구라는 왜 그대로일까 [장수정의 장담]
'라디오스타' 제작진·김구라 침묵
방송인 김구라가 또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꾸준히 지적받은 반말과 삿대질이 다시 한번 문제가 된 것이다. ‘독설가 캐릭터’가 곧 김구라의 정체성인 것도 사실이지만, 올바름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높아진 현재. 그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주인공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박정아, 표승주, 정지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도쿄올림픽을 뜨겁게 달궜던 인물들이 출연한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 어떤 회차보다도 높았다.
경기장 위에서는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예능에서는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또 어떤 흥미진진한 경기 뒷이야기를 전해줄지 궁금증이 이어졌지만, 정작 방송 이후 화제가 된 것은 김구라의 태도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구라가 방송 내내 선수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반말을 툭툭 던져 불쾌감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과 SNS, 유튜브 등에서는 그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비단 이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구라의 삿대질과 반말, 그리고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한 질문은 꾸준히 지적의 대상이 됐었다. 더욱이 이날 방송은 전문 예능인이 아닌 선수들을 위한 자리였고, 예능이 미숙한 이들에게까지 배려심 없는 태도를 보여주자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김구라는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와 아무나 쉽게 하지 못할 현실적이고 과감한 질문들로 날것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특화된 예능인이다. 김구라의 이 매력을 바탕으로 ‘라디오스타’가 ‘센 토크쇼’로 긴 시간 사랑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발언과 질문으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과 약자인 이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가 반말과 삿대질로 누군가를 주눅 들게 하는 것은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태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옹호론인 ‘방송용 캐릭터’도 이제는 힘을 잃었다. 과거 방송인 남희석이 김구라의 태도를 지적하자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질문을 하거나 상황을 만들어가며 매력을 끌어내기 위한 진행 방식으로 ‘캐릭터화’ 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해명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김구라의 논란에 대해 독설가 캐릭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옹호하곤 한다.
물론, 지금은 무례하다고 지적되는 그의 태도와 발언이 한때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인터넷 방송 등에서 주로 활약하던 그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성 방송인들에게 연신 폭탄 발언을 던지는 것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매력처럼 느껴져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구라도, 프로그램도 과거의 위상과는 달라졌다. 대다수의 게스트들이 김구라의 무례함에 직접 대응하기엔 그의 경력이나 영향력이 너무 커져 버렸다. 게스트들을 향해 던지는 독한 질문들은 이제 대부분이 약자들을 향해 던지는 돌이 되고 있다.
시청자들도 이제는 약자를 웃음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을 참지 않는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의도가 포착되면 곧바로 지적들이 쏟아진다. 웃음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은 희생돼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시대를 지나고 있다.
원하는 MC상과 프로그램상도 이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 다수가 원하지 않는 방식을 고수하며 비호감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흐름에 발을 맞춰 유연하게 변할지는 김구라에게 달려있다. 여전히 독설가 캐릭터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 독설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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