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가 목욕했다는 이곳..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전망
[정명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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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류봉 높이 약 400m 되는 산봉우리 6개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
ⓒ 정명조 |
우암 송시열 선생은 월류봉이 보이고 초강천이 흐르는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잠시 머물며 후학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그곳에 한천서원을 짓고, 우암 선생의 제사를 지냈다. 조선 시대 끝 무렵 서원 철폐령에 따라 없어졌다가, 1910년 한천정사(寒泉精舍)로 다시 세워졌다. 이를 본떠서 월류봉의 여러 모습 가운데 여덟 곳을 골라 한천팔경이라 이름 지었다.
어느 해보다도 지루하게 느껴졌던 여름이 지났다. 들녘에는 여문 과일과 곡식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얼마 전 추석이 다가올 무렵, 영동을 찾았다. 월류봉을 오르고, 월류봉 둘레길을 걸었다.
월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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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지형 월류 1봉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이다. 오른쪽 들녘은 옛날에 물이 돌아가던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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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 2봉에는 산불초소가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의자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사방으로 산이 빙 둘려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설렁설렁 걸으면 월류 3봉이다. 여기서부터는 봉우리 사이 거리가 멀다. 월류 4봉을 지나 가파른 바윗길을 걸어 마지막 봉우리 월류 5봉에 올랐다. 해발 405m로 최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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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류정 월류봉 아래 월류정이 있고, 그 밑에는 초강천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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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봉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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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울소리길 데크길과 흙길로 쉽게 걸을 수 있다. 초강천과 석천을 이어서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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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새소리길 물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삼대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로 완정교에서 우매리까지 데크길과 아스팔트 포장길을 오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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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교를 지나면 백화마을 앞길이다.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길가에 사과와 감과 대추와 호두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제발 조용히 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산 중턱에는 40여 채 전원주택도 있다. 친환경 공동체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백화산을 뒤로 하고 앞에는 석천이 흐르는 전망 좋은 마을이다.
풍경소리길은 숲길이다. 반야교를 건너 관음전을 거쳐 영천까지 가는 길이 월류봉 둘레길 가운데 최고의 구간이다. 벤치에 앉았다. 물소리와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잘 어울렸다. 공사판에서 나는 굴착기 소리조차도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들렸다. 한참 쉬었다. 풍경 소리가 그윽하게 들릴 것 같은 곳에 반야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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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신령 호랑이 백화산 호랑이가 산신령이 되어 절을 지키고 있다. 너덜겅이 만든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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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전과 영천 문수바위 낭떠러지 꼭대기에 문수전이 있다. 까마득한 아래쪽 물이 고인 곳이 영천이다. 세조가 목욕했다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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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조가 목욕하고, 피부병을 고쳤다는 곳이다. 망경대 아래 영천에서 목욕하라는 문수보살의 말대로 했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 세조는 문수보살의 지혜를 나타내는 반야(般若)를 어필로 남겼다. 절 이름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어필은 남아 있지 않다.
월류봉 둘레길은 여기서 끝난다. 초강천과 석천을 이어서 걸었다. 여울 소리와 산새 소리와 풍경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파란 하늘과 푸른 숲과 은빛 물길이 눈을 즐겁게 했다. 이른 저녁으로 올뱅이 국밥을 먹었다. 영동에서는 다슬기를 올뱅이라고 한다. 국밥과 부침개와 무침이 맛있다. 입도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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