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달'을 만나길 바라 [마음으로 떠나는 그림책 여행]
[이정희 기자]
추석 무렵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달이 둥글어져 갑니다. 이상하죠, 늘 주기에 맞춰 이지러지고 다시 여물어지는 달이지만 추석 달은 유난히도 휘영청 그 빛이 영롱합니다. 그 어느 계절보다 맑은 가을 하늘에 떠 있어서 그런 걸까요?
▲ 무무 씨의 달그네 |
ⓒ 달그림 |
추석이라고 큰 아이가 왔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아들 아이가 자신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섭니다. 독립해서 산 지 꽤 된 아이, 날마다 집에서 '살림'을 할텐데, (비록 아들이지만) '친정 온 딸내미 손 끝에 물 한 방울 묻히고 싶지 않는 친정 엄마 맘이 이런 걸 거야'라며 만류하게 되네요. 대신 함께 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둘이 함께 걷는 길 모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저도 아는 아들의 친구들 소식도 전해 듣게 됩니다. 우리 집에 찾아와 인사를 하던 꼬맹이들이 벌써 서른 줄, 저마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이러저러한 분야를 전전하던 그 친구는 이번에 또 다른 분야의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소 그 아이를 알던 저는 무심하게, '좀 나른한 편이었지?' 말했고, 그 말에 아들은 '어른들은 꼭 그렇게 말하더라. 세상에 사는 방식이 정답이 어디 있나요?'라고 화답했습니다. '서른이 되어보니 세상을 좀 다르게 보게 되더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그래, 그렇구나' 하고 얼버무렸지만, 속으론 뜨끔했습니다.
▲ 무무 씨의 달그네 |
ⓒ 달그림 |
달을 좋아하지만 가지 않는 무무씨
요즘 나의 작은 구둣방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지구를 벗어나 달에 간다고 하더라 .
친구들은 짐을 꾸리고 달로 떠나기 전, 구두를 닦고 싶어 해.
그렇죠. 우리도 여행을 가려면 옷도 새로 사고, 가방도 사고 그러죠. 이 그림책의 친구들은 달에 가기 전 구두를 닦습니다. 말수가 적은 무무씨는 구두를 닦으며 달을 찾는 친구들의 사연을 들어줍니다. 이곳이 짜증나서 떠나는 친구 등 저마다 이유가 다릅니다. 하지만 모두 '달'에 가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만은 똑같습니다.
달을 향한 숱한 소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달이 어떤 곳일까 상상해.
바다가 있을까?/ 바람은 불어올까?/ 산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 속 달나라에서는 걸음이 느린 나도 걱정없이 여행할 수 있어
"무무,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달을 그리 좋아하면서 왜 달에 가지 않는 거야?" 친한 친구조차 궁금해 합니다. 정말 왜 무무씨는 달이 좋다면서 달에 가지 않는 걸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모두가 달 여행을 떠나는 시절에 구두닦이 수입이 쏠쏠해서 그런 걸까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 사회는 유난히도 '다른 사람들만큼' 살아가는 것에 민감합니다. 여행도 그래요. 제주도 둘레길에서 부터 시작해서 해외로 눈을 돌리더니, 산티아고 순례길, 유럽 일주 등등 한동안은 스페인이 붐이라 계모임까지 등장했었습니다.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잖아."
무무씨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모두가 '달'에 가는 시절에 친구들이 모두 달로 가버려서 외롭지만 그래도 남습니다. 그 이유는 무무씨는 '달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달'에 가는 대신에 달이 잘 보이는 곳에 '그네'를 달았습니다. 그네가 흔들릴 때마다 달은 다르게 보입니다. '변함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이 있어서' 지겹지 않다고 말합니다.
▲ 무무 씨의 달그네 |
ⓒ 달그림 |
6.25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이처럼 우리의 근대사는 저렇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세대로 명확하게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듯이 이제 젊은이들을 이른바 '2030세대'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나온 'KBS 세대 인식 집중 조사'를 보면 한 세대라고 정의내리기 힘들 정도로 동일한 세대 내에서도 인식의 편차가 다양하게 나뉘어짐이 드러났습니다. 청년층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서로가 세상을 보는 관점과 세계관이 나뉘어지는 것이죠.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며 꾸는 꿈도 다를 겁니다. 더는 어른들이 살아오며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중요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갑니다. 가족도, 일도, 미래의 꿈도 말입니다.
꽃속의 한 병 술을 권하는이 없어 홀로 기울이네.
명월을 친구 삼아 잔을 드니 내 그림자와 마주 앉아 세 벗이 되었네.
명월은 술을 할 줄 모르고 내 그림자만이 술하는 흉내를 내네.
명월과 그림자와 같이 마시니 흥겹기 천하가 내 봄인가 하노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s://blog.naver.com/cucumberjh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제통 유승민의 '배신자' 낙인, 득일까 실일까?
- 신규 확진자 첫 3000명대... "'위드 코로나' 하다간 5000명대 간다"
- 전주 관광객 필수품 된 '서점지도', 그 효과는요
- 이재명 측 "턱걸이 과반 승리" vs. 이낙연 측 "호남 출렁였다"
- 논란의 김포 장릉 앞 아파트 현장 가봤더니...
- [돗자리 2화] 그 '20대 여성'은 왜 오세훈 유세차에 올랐을까?
- "친척의 친구가 백신을 맞고..." BTS가 더 돋보인 이유
- 이재명캠프, <조선일보> 기자 고발
- 언론법 협의체 시한 이틀 앞으로... 여야, 접점없이 평행선
- "화천대유 누구 것이냐"에 대한 이재명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