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타고 시간여행을? 이 영화 기억하시나요

양형석 2021. 9. 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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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타임머신 영화의 원조 <백 투 더 퓨처>

[양형석 기자]

그토록 발달한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아직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다. 스포츠 경기를 할 때 이기는 팀은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지는 팀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까지나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다. 군대 훈련소 화생방실에 들어간 훈련병들은 방독면을 벗을 때 마치 시간이 멈췄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공평하게 흐르고 있다.

이처럼 시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상상의 영역인 영화에서는 시간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초자연적 힘에 의해 과거, 혹은 미래로 가는 현상을 다룬 '타임슬립' 영화가 있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처럼 동일상황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영화도 있다. <어바웃 타임>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를 바꾸는 '타임리프' 영화도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관객들이 가장 큰 흥미를 느끼는 시간 관련 영화는 특정 기계를 이용해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하는 '타임머신 영화'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하는 창작물은 <드래곤볼>이나 <시간탐험대> 같은 만화에서 더 자주 등장하지만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서는 역시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통해 온갖 흥미로운 모험을 펼지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백 투 더 퓨처>다.
 
 <백 투 더 퓨처> 3부작은 세계적으로 10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주)프레인글로벌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았던 저메키스 감독

1951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저메키스 감독은 고교 시절부터 8미리 영사기로 직접 영화를 찍었던 '시네마 키드'였다. 남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단편영화를 만들며 감독의 꿈을 키우던 저메키스 감독은 1978년 비틀즈의 광팬들을 주인공으로 한 <당신 손을 잡고 싶어>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이듬 해 각본을 쓴 <1941>이 1979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며 한 번 더 유명세를 탔다. 

<괴물차 소동> <어메이징 스토리> 등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던 저메키스 감독은 1985년 동급생 밥 게일과 함께 쓴 시나리오로 <백 투 더 퓨처>를 연출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3편까지 제작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9억5800만 달러의 놀라운 흥행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저메키스 감독은 1988년에도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는가>를 통해 새턴 어워즈와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1992년 콜디 혼, 브루스 윌리스, 메릴 스트립 주연의 독특한 코미디 <죽어야 사는 여자>를 연출한 저메키스 감독은 1994년 톰 행크스와 의기투합해 <포레스트 검프>를 연출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세계적으로 6억7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을 뿐 아니라 아마데미 영화제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감독으로 등극했다.

1997년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한 <컨택트>를 연출한 저메키스 감독은 2000년 다시 한 번 톰 행크스와 손을 잡고 <캐스트 어웨이>의 연출과 제작에 참여했고 2004년에는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을 통해 CG기술을 발전시켰다는 평을 들었지만 불행하게도 <크리스마스 캐롤>과 같은 해 <아바타>가 나오면서 저메키스 감독에 대한 호평은 쏙 들어가고 말았다.

2012년 <플라이트>를 연출한 저메키스 감독은 2015년 <하늘을 걷는 남자>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2016년 브래드 피트를 앞세운 영화 <얼라이드>마저 흥행에 실패했을 정도로 1980~1990년대 흥행 감독의 명성에는 금이 간 상황이다. 하지만 저메키스 감독은 작년에도 앤 해서웨이와 옥타비아 스펜서 주연의 <마녀를 잡아라>를 연출하면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패딩조끼-스케이트보드 유행시킨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다양한 재능을 뽐낸 마이클 J. 폭스는 80년대 중·후반 최고의 청춘스타로 군림했다.
ⓒ (주)프레인글로벌
 
저메키스 감독은 1990년대 이후 <포레스트 검프>와 <캐스트 어웨이> <폴라 익스프레스> 등을 연출하며 유명해졌지만 <백 투 더 퓨처>가 국내에서 개봉한 1987년 당시만 해도 썩 유명한 감독이 아니었다. 따라서 <백 투 더 퓨처> 1편 개봉 당시에는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저메키스 감독이 아닌 기획에만 참여했던 스필버그 감독을 앞세워 영화를 홍보했다. 그 시절 <백 투 더 퓨처>가 스필버그 영화로 잘못 알려진 이유다.

당시 저메키스 감독 대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인물은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를 연기한 배우 마이클 J.폭스였다. 청자켓 위에 패딩 조끼를 매치한 남다른 패션감각에 출중한 스케이트보드와 기타 연주 실력까지 갖춘 마이클 J.폭스는 단숨에 1980년대 중·후반 전 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다만 동시대에 톰 크루즈, 찰리 쉰 같은 꽃미남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마이클 J.폭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못했다.

타임머신의 성공 여부를 실험하다가 테러단체가 나타나면서 얼떨결에 시간여행을 하게 된 마티는 1955년으로 돌아가 현재의 자신과 같은 또래였던 부모님을 만난다. 그리고 아버지 대신 외할아버지의 차에 치이면서 어머니가 자신에게 반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티는 자신이 태어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과거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이어주는 팅커벨 역할을 자처한다. 

스케이트보드 추격씬이나 축제에서의 기타 연주, 타임머신의 작동 등 나름 스케일이 큰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백 투더 퓨처>에서는 시간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소소한 개그코드가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과거의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분)는 배우였던 레이건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로레인(리 톰슨 분)은 마티의 속옷 상표를 보고 마티를 '캘빈 클라인'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마티의 최신유행 패딩조끼는 구명조끼 취급을 당한다.

3편까지 제작되며 큰 사랑을 받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는 1991년과 1992년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국내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3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재개봉됐다. 재개봉 날짜가 10월 21일로 결정된 이유는 <백 투더 퓨처2>에서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미래로 떠나는 날짜가 2015년 10월 21일이었기 때문이다.

팔순에도 노익장 발휘하는 개성파 배우
 
 <백 투 더 퓨처> 출연 당시 만47세였던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팔순이 넘은 작년에도 신작을 선보였다.
ⓒ (주)프레인글로벌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은 당연히 시간여행을 하는 마티지만 <백 투 더 퓨처>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는 마티의 시간여행 때문에 어긋나 버린 마티 부모님의 사랑이다(애초에 아버지 대신 외할아버지의 차에 치어 운명이 뒤틀리게 만든 마티의 잘못이지만). 어린 로레인은 뜬금없이 아들인 마티에게 반해 운명이 틀어질 뻔 했지만 마티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조지(크리스핀 글로버 분)의 진심을 알게 된다. 

어리바리한 마티의 아버지 조지는 로레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덩치 큰 비프(토머스 F.윌슨 분) 때문에 로레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 마티의 도움으로 로레인에게 고백을 하는 조지는 댄스 파티날 로레인에게 몹쓸 짓을 하려던 비프를 한 주먹에 날려 버리고 로레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티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 조지는 성공한 소설가가 됐다.

마티가 1955년 과거여행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 중에서 마티가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타임머신을 개발한 브라운 박사였다. 브라운 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에 기뻐할 틈도 없이 마티를 다시 1985년으로 보내기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그리고 시계탑에 매달리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노력과 희생 끝에 마티를 다시 미래로 돌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47세의 나이에 <백 투더 푸처>의 브라운 박사 역으로 뒤늦게 주목 받은 배우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1988년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에서 둠 판사, <아담스 패밀리>에서 페스터 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미디와 액션, 호러,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로이드는 지난 4월에 개봉한 범죄액션영화 <노바디>에서 전직 FBI요원 역을 맡아 화려한 총격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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