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결제 시장, 기존 카드사 패러다임 위협한다 

유수환 2021. 9.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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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전통 신용카드사가 독점해왔던 후불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는 할부 구매 서비스를 뜻한다. 소비자가 신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후불 결제사들이 소비자 대신 구매 대금을 전액 가맹점에 지불하고, 소비자로부터 매주, 격주, 혹은 월별로 해당 금액을 상한 받는 구조다. 과거부터 가전제품, 오토바이, 자동차의 오프라인 구매시 제공되어 오던 할부대출과 유사한 것이다. 

그동안 후불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사가 독점해 오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침투하면서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 글로벌 테크핀도 후불결제 시장 진출 

소비자가 당장 현금 없이도 상품을 우선 구매하고 나중에 결제하는 선구매 후지불’(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기존 금융사(카드사)가 아닌 IT(정보기술) 기업이나 핀테크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이 애플카드 출시에 이어 후불 결제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미국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할부금에 필요한 대출을 제공한다.

핀테크기업 페이팔도 일본 후불결제 스타트업 페이디를 2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페이디는 올해 도쿄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도 후불결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쇼핑몰 구축 플랫폼 쇼피파이도 핀테크 업체 어펌의 기술력을 활용해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할부이자 없는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현재 네이버페이도 최대한도 30만원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처럼 핀테크 혹은 빅테크 기업의 후불결제 시장 진출은 소비자들을 자신의 플랫폼 안으로 묶으려는 락인(Lock-in) 효과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재우 연구원은 “후불결제는 소비자가 결제 플랫폼 내에서 모든 자금의 이동이 이뤄지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불결제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상업은행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후불결제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조달러(약 1152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후불결제 시장 카드 시장 위협…리스크 요인도

후불결제 시장이 확대될수록 기존 금융사(카드사)에겐 악재로 작용한다. 후불결제 시장은 그동안 카드사의 독점적 영역에 가까웠으나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플랫폼을 통한 소비 패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이용자 증가 등으로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후불결제는 기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신용자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한 청년세대에 유리한 금융 서비스다.

이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은아 수석연구원은 ‘국내 후불결제 시장 동향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빅테크 기업이 자체 플랫폼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결제액의 약 3%에 해당하는 카드사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와 플랫폼 기업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면서 플랫폼 기업의 금융 서비스 제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해외처럼 후불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결제 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후불결제 시대가 열리면 1300만 명에 이르는 디지털 소외계층인 ‘씬파일러(thin filer,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이력 부족자)’가 소액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씬파일러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신용카드 등을 만들 수 없는 계층을 의미한다. 후불결제는 이를 포용하는 대안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비금융회사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여신관리가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해외 금융당국은 비금융회사의 후불결제 서비스의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규제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연구 보고에 따르면 후불결제 이용자의 5명 중 1명은 연체를 하고 있고, 금액만 약 4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에서도 후불결제 서비스가 ▲수익 발생주체 변화에 따른 위험 ▲높은 수준의 부채 ▲신용시장 전반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영국 FCA는 금융소비자보호를 목적으로 올해 2월 2일 후불결제 거래 규제 적용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2020년 BNPL 서비스를 부당거래로 간주한 판결 사례 발생하는 만큼 후불결제 시장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 규제도 함께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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