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이 있나..신생아 배내똥, 유아 대변에도 미세플라스틱 [뉴스원샷]

강찬수 2021. 9.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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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의 모습. 신생아 배내똥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픽사베이]

갓 태어난 아기의 태변(胎便·배내똥)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유아의 대변에서는 성인보다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사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태아·어린이 발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뉴욕대 의대 소아과 및 환경의학과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미국 뉴욕주 신생아 태변과 1세 유아 대변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 연구팀이 수집 분류한 각종 미세플라스틱이 컨테이너에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에서 호주 미세플라스틱 평가사업 연구단장 스콧 윌슨 박사가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이 태변 시료 3개를 분석한 결과, 2개 시료에서 페트(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태변 건조중량 1g당 1만2000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과 3200ng씩 검출됐다.

또, 3개 시료 중 1개 시료에서는 폴리카보네이트(PC)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건조중량 1g당 110ng이 검출됐다.

지금까지 사람이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는 있었지만, 태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태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은 임신 동안 어머니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됐다는 의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미만인 미세플라스틱은 세포막을 통과하고 혈관을 따라 몸을 순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경으로 본 미세플라스틱.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눈과 함께 채집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임신한 생쥐가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자손의 대사 장애가 발생하는 등 세대 간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인간 태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전달되는 게 확인된 만큼 미세플라스틱이 발달 중인 태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아 6명의 대변에 대한 검사 결과, PET 미세플라스틱은 대변 중량 1g당 5700~8만2000 ng(중앙값 3만6000 ng)이, PC 미세플라스틱은 g당 49~2100 ng(중앙값 78ng)이 각각 검출됐다.

30~55세 성인 10명의 대변을 분석했을 때에는 10개 시료 중 8개 시료에서 PET 미세플라스틱이 g당 2200~1만6000 ng(중앙값 2600ng)이 검출됐다.

또, PC 미세플라스틱은 성인 대변 시료 10개 모두에서 검출됐으며, 37~620ng(중앙값 110ng)의 범위를 보였다.

중앙값만 비교하면, 유아 대변의 PET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성인의 13.8배였고, PC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성인의 71%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유아의 대변에서 높은 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유아들이 젖병이나 컵·숟가락·그릇, 공갈 젖꼭지, 장난감 등 플라스틱 제품을 광범위하게 사용한 탓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또 섬유 속의 미세플라스틱도 문제로 지목했다.
유아는 종종 천을 씹고 빨기 때문에 직물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어다니는 유아들은 먼지 속의 미세플라스틱 탓에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많을 수도 있다. [중앙일보]

더욱이 유아는 카펫이 깔린 표면을 자주 기어 다니기 때문에 PET 등으로 만든 카펫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아의 경우 음식 등을 통해 하루에 섭취하는 PET와 PC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체중 1㎏당 각각 8만3000 ng과 860ng이라고 분석했고, 성인의 경우는 각각 5800ng과 200ng이라고 추정했다.

체중 1㎏으로 따진다면, 유아의 하루 섭취량은 성인보다 PET는 14배, PC는 4.3배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 보면 유아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같은 플라스틱 첨가제가 성인보다 높게 측정되는데, 이런 점이 유아가 성인보다 미세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자 숫자가 적은 것은 한계"라며 "이번 조사에서 나온 사실을 확증하고 확장하기 위해 더 큰 표본 크기를 사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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