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與 호남 경선..저조한 투표율·대장동·추미애가 막판 변수

김효성 2021. 9. 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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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민주당 강원경선에서 만난 이낙연 전 대표(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거라 확신한다.”(이 지사 캠프 선대위원장 우원식 의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이미 추월했다.”(이 전 대표 캠프 선대위원장 홍영표 의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향방을 결정할 호남 경선(25~26일)을 하루 앞둔 24일 양 캠프의 막판 기 싸움은 치열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순회 경선지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TV토론을 위해 부산으로 향했지만, 캠프는 ARS 등으로 투표가 진행 중인 호남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 지사가 ‘6연속’ 과반 달성으로 경선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느냐 이 전 대표가 결선투표의 불씨를 살리느냐가 걸린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20만4014명(광주·전남 12만7823명+전북 7만6191명)의 호남 권리당원의 선택은 다음 달 2차 국민선거인단(49만6339명) 투표와 경기·서울 당원투표(30만9177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는 “수도권 당원은 물론 전국단위로 모집된 국민선거인단에도 호남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어 향후 표심은 호남 당심과 일정한 동조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호남 당심의 향배는 전망하기 쉽지 않다. 정치컨설턴트인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호남 경선을 직전 발생한 변수들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① ‘깜깜이’ 당심


23일 마감된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광주·전남 40.3%, 전북 35.7%에 그쳤다. 전북의 투표율은 앞선 네 차례 권역별 온라인 투표 중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대전·충남(37.25%)보다 낮았다. 현재 진행 중인 자동응답(ARS) 투표를 합산해도 50%를 넘기기 쉽지 않다는 게 당내의 공통된 전망이다. 양 캠프는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중도 사퇴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기대보다 낮은 기록이라는 점엔 동의했지만, 이유는 상대편에서 찾았다.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대장동 의혹 등에 영향을 받은 이 지사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했다. 이 전 대표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 전 대표 지지 조직이 예상에 비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지사가 결국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오후 부산 KBS부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후보. 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호남 당심 파악에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23일 발표된 kbc광주방송·리서치뷰 여론조사(광주·전남·전북 성인 1000명 대상)에선 이 지사가 42.3%, 이 전 대표는 39.8%를 기록해 오차범위 안에서 이 지사가 앞섰다. 반면 같은 업체가 무등일보의 의뢰를 받아 광주·전남의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선 이 전 대표(40.4%)가 이 지사(38.0%)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호남 지역 초선 의원은 “유권자들이 막판까지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대장동 공방 난기류


진행형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방이 호남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됐다는 것 자체엔 이견이 없지만, 영향의 방향을 가늠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9년부터 이 지사와 손발을 맞춰 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의혹의 중심에 거론되면서 “(이 지사에게) 굉장한 악재가 될 것”(유인태 전 의원)이란 평가가 많긴 하다. 국민의힘에 이어 정의당까지 “과정 전체가 대단히 비상식적”(심상정 의원)이라고 가세하면서 정치권 전체로 보면 이 지사가 포위된 형국이라서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이 지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이 전 대표가 오히려 고립되는 모양새다. 지도부와 김태년 의원 등 중립지대 중진들이 야당 공세로부터 이 지사를 감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입구에서 '화천대유'와 관련한 설명을 하자 일부 시민들이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 게시판에서도 “이 지사는 불안한 후보”라는 이 전 대표 측 메시지에 동조하는 의견과 “이 전 대표의 주장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르냐”는 이 지사 측에 호응하는 의견이 경합하는 양상이다. 전북 출신의 한 의원은 “호남인에게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갖게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남 지역구의 다른 의원은 “같은 당 후보에게 칼을 겨눈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며 “이 지사를 향한 의구심이 이 전 대표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 추미애 효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와 네 차례 지역 경선에서 11.86%를 얻어 ‘깜짝’ 3위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상승세가 유지될지도 호남 경선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추 전 장관의 상승세는 1, 2위 주자의 표를 모두 잠식할 수 있지만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등 지지 조직이 겹치는 이 지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명·낙 대전에 실망한 지지층이 추 전 장관에게 기울 수도 있지만, 추 전 장관을 지지했던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이 지사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대장동 의혹 등으로 인해 이 지사의 과반 득표 유지 가능성이 위협받는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기간 내내 이 지사와 호흡을 맞춰 온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지사 측에서 (의혹이)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저조한 투표율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이 전 대표에게 더 큰 악재지만 대장동 의혹은 분명 이 지사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광주·전남·전북의 당심이 모두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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