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 만난 UN 특별보고관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안 버려야"
“이렇게 형평에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안은 버려야 합니다”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은 24일 오후 온라인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다루고 있는 '허위 정보'에 대한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고, 이 법안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모호한 언어를 쓰면 중요한 뉴스나 인기없는 의견, 비판 등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30조 2항’에 대해 “과도한 징벌적 조항이 언론의 자가검열을 불러올 수 있고, 공적이고 중요한 논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른 분야에 적용되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왜 언론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하나, 형평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현의 자유는 충격적이고 불쾌한 것도 보호하는 것"
칸 보고관은 "국제법에 정보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법은 없다"며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풍자를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포함하고, 단순히 '가짜로 보인다'고 해서 금지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침해, 국가 안보 위협, 공공질서에 타격을 입힐 정도의 사안이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없다고도 했다.
칸 보고관은 지난달 27일 한국 정부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타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고, 이 법이 통과된다면 당국에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고 독단적인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는 당시 서한에서도 “자유롭고 검열받지 않는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옳은’ 문장뿐만 아니라 충격적이거나, 불쾌하거나, 거슬리는 것도 보호하는 것인데,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제한도 매우 면밀히 검토한 뒤 적용해야한다”며 ‘허위 정보’에 대한 처벌에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은 이미 언론 처벌 강해, 이 법 왜 필요한가?”
국회에서 배상액 상한선을 5배에서 3배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칸 보고관은 "여전히 부당하게 많고, 언론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디어 산업은 징벌적 배상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출에 따라 배상액을 다르게 해,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뉴스를 내는 걸 두려워하게 만들고 자유로운 발언을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이미 매우 강한 민‧형사법을 갖고 있어서, 언론이 잘못된 뉴스를 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왜 '징벌적 배상'을 포함한 이 법이 필요한가"라며 "표현의 자유에 가해지는 제약은 최대한 덜 무거워야하고, 이 법은 한국에는 불필요한 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내년 대선, 언론 자유 특히 중요”
약 80분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칸 보고관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언론의 자유는 특별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사라지면 다양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사라지고, 열린 토론도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언론이 독립적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이민주당이 '27일 본회의 상정'을 데드라인으로 고수하고 있지만, 칸 보고관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하고, 지금의 이 부당한 법안으로는 통과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어 몇 개 바꾸는 정도로는 안되고, 매우 큰 수정을 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버리고, '명예훼손'의 정의를 좁히고 나면 이 법안을 가지고 가는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제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칸 보고관은 "이런 불균형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삼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한국 국회는 국제적 영향도 고려해,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는 영역에서 리더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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