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점거 한 달..현대제철, 정규직 전환 결단에도 '뭇매'
현대제철, 비정규직 대상 정규직 채용 제조업 첫 사례
노조 "자회사 채용은 간접고용" 주장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철강업이 모처럼 호황을 맞았으나 현대제철에선 한 달째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부터 현대제철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요구하며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한 달 넘게 점거하면서다. 사내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당진공장 통제센터 불법 점거 기간이 길어지면서 안전 사고 우려도 나온다. 현대제철과 비정규직 노조의 입장 차이가 커 상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 정규직 전환 방식 두고 인식차 팽팽= 갈등의 발단은 현대제철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결정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4월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직접 고용 시정지시’가 내려오자 세 달 만에 협력사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하고 지난 1일 이들을 고용할 현대ITC·ISC·IMC 등 3개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그간 현대제철 정규직의 60% 수준에 불과했던 비정규직의 연봉도 80% 수준까지 올렸다.
재계에선 큰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회사를 통한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규모 제조업 가운데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도 같은 시정 지시를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양시 덕양구청, 현대차의 경우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나 직무별 정규직화 등 ‘반쪽 짜리’ 조치를 내놨다.
그럼에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 고용이 ‘간접 고용’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직접 고용 시정 지시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관별로 직접고용, 자회사, 사회적 기업 등의 전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현대제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 지난달부터 불법 점거에 나선 것도 자회사가 아닌 현대제철이 직고용해야 한다는 점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시위 중인 노조원을 상대로 지난 9일 2차 자회사 채용 기회를 주는 등 손을 내밀었다. 보다 못한 당진공장 직원들도 "불법 점거가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주노총을 상대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10년 만에 찾아온 철강업 호황 앞에 현대제철만 임단협도 체결하지 못하고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 말 없는 노동부… 법적 대응 나선 현대제철= 현대제철 노사 갈등을 두고 중재자가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실상 노동부가 주도했다. 노사 대화의 장을 만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7년 이전부터 권고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해 민간 기업으로 수평 전개되는 방식"이라며 "민간기업 사정에 따라 직고용이나 자회사 고용을 선택하면 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도한 것이 노동부"라며 "한전 등 공공기관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을 채용했지만 노동계의 반발 때문에 노동부가 의견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다. 노조의 불법 점거로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노조는 통제센터 내 생산 부서는 열어줬지만 안전·재경·생산·정비·물류·환경 부문은 점거하고 있어 관련 직원이 건물에서 일을 못 한다. 이에 현대제철은 농성 중인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첫 심문이 열렸고 이르면 이달 안에 결과가 나온다. 결과에 따라 통제센터 불법 점거 농성이 마무리될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어려움이 크다"며 "법적 대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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