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10] 슬롬과 수민이 작정하고 만든 노래

2021. 9.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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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수민과 곧 방영을 앞둔 <쇼미더머니 10> 의 프로듀서 슬롬이 사랑의 높낮이를 10곡의 트랙으로 담아냈다. 이들의 음악 속에서 사랑이라는 서사의 끝은 어쩐지 다시 처음으로 귀결되고 만다. 누군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투고, 이별하고. 이 뻔한 사랑의 클리셰를 알면서도 우린 또, 사랑하며 살고 있구나.
(수민)레이스 톱 78만원대 스포트막스. 드레스 가격미정 YCH. 뷔스티에 29만원대 잉크. 첼시 부츠 35만원대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슬롬)재킷, 셔츠, 팬츠, 로퍼 모두 가격미정 벨루티.

슬롬 씨는 〈쇼미더머니 9〉(이하 〈쇼미 9〉) 자이언티×기리보이 팀의 프로듀서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요. 원슈타인과 릴보이의 ‘FREAK’, ‘적외선 카메라’ 등이 당신 손을 거쳤죠. 그 밖에 “이것도 내가 했지~” 하는 노래가 있다면요?

슬롬 자이언티 형의 ‘Complex(ft.지드래곤)’와 ‘눈’, 사이먼 도미닉 형의 ‘귀가본능’도 제가 썼어요. 스스로는 ‘좋아하는 노래를 곰곰이 잘 기억해서 다시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평소 좋아했던 아티스트에게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재창조하는 게 제 작업 스타일이라서요.

예전에 박재범 씨가 하이어뮤직 영입을 시도했었다는 ‘썰’도 풍문으로 들었어요.

슬롬 어느 날 재범이 형이 “잘 지내냐, 요즘 뭐 해, 하이어 들어올래?” 하고 3~4줄짜리 카톡을 보내왔어요. 지금 당장 얘기하기에는 큰 결정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그 일화를 언급하셨더라고요.

정중하게 거절한 사유가 ‘색깔 차이’였다던데, 자신의 음악적 색깔이 확고하다는 의미로 들렸어요.

슬롬 힙합 프로듀서 이상으로 저를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회사의 색깔을 떠나) 뭔가 이것저것 계속 얹어나가면서 쌓인 모습이 저 자체가 됐으면 해요.

수민의 커리어 역시 만만치 않죠. BTS, 보아, 레드벨벳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이자, 2018년 발표한 대표 앨범 〈Your Home〉이 그해 빌보드 선정 ‘최고의 K팝 앨범 25’에 오르며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어요. 이렇게 혼자서도 잘하는 두 뮤지션이 협업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수민 슬롬과는 4~5년 전부터 알음알음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였는데, 사운드클라우드 셀렙으로도 워낙 유명했죠. 사클 셀렙 얘기하면 본인은 민망해하는데 밖에서 어필 좀 하고 다니면 좋겠어요.(웃음)

슬롬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수민 누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2017년 미국에 있을 때, 개인 앨범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생겨 작업물을 모으고 있었거든요. ‘신기루’라는 트랙에서 딱 수민이 떠올라 누나한테 바로 데모를 보냈죠. 굉장히 기분 좋게 작업한 곡인데, 발표할 기회가 없어 좀 오랫동안 묵혀놨었어요.

싱글로 먼저 발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오래 묵혀놨다가 굳이 앨범으로 만든 이유는요?

수민 둘의 작업 속도가 심상치 않았거든요. 툭하면 퉤 하고 곡이 나왔어요.(웃음) 원래는 슬롬 개인 앨범에 실을 목적으로 ‘신기루’와 ‘여기저기’ 두 곡을 작업했는데, 둘이 작업 속도도 잘 맞고 타율도 좋았어요. 이렇게 듀엣 앨범이 됐죠.

슬롬미국과 한국 간 시차가 있잖아요. 작업하던 MP3 파일을 하나 보내놓고 자고 일어나면 메시지 진동이 울려요. “야 큰일났다, 자냐?” 하고 호들갑을 떨길래 들어보니 벌써 노래가 완성돼 있는 식이었어요. 기분 좋고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죠.

케미가 좋아 그런지, 재밌는 작업 비화가 많더라고요. 수민 씨가 슬롬 씨 본가에 놀러 가 어머니표 전복밥을 얻어 먹으면서 작업했다고요. 정말 어렸을 적 찐친 바이브예요.

슬롬 제가 아직 본가에 살고 있거든요. 따로 작업실이 없이 제 방에서 작업해요. 미국에 있을 때는 둘이 원격으로 작업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어머니가 집에 같이 놀러 오라고 하셨어요. 요즘 수민과 작업한다고 하니 누군지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재밌고 친하게 작업했어요.

이번 〈MINISERIES〉 앨범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했어요.

수민 처음엔 후원이라는 말이 지닌 무게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프로젝트를 오픈할 때 펀딩 패키지는 어떻게 구성할 건지, 앨범은 어떻게 준비해서 언제 발매할 건지, 어떤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할지 후원자에게 상세히 소개하는 것도 저희 몫이었거든요.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거기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앨범을 준비할 때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할 수 있었고요. 제작 견적을 짜는 것부터 아트팀 미팅, 샘플 제작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쓰다 보니, 한 장의 앨범이 완성되는 과정을 훈련하는 느낌도 들고 그만큼 정말 많이 배웠어요. 한 플랫폼 안에서 선택적으로 저희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팬들과의 소통 그 이상의 작업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경험이었죠. 진짜 어렵고도 재밌었어요.

앨범을 위해 494명이 4300만원을 모금해줬어요. 하나둘씩 후원자가 모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긴장되기도 했겠어요.

슬롬무슨 비트코인 차트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후원금 모금 현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보던 기억이 나요. “어우야, 누가 이거 샀어!” 감격해하면서요. 이번 앨범은 음원이 작년 5월쯤 이미 완성돼 있었는데, 앨범을 즐겨줄 사람들을 위한 실물을 만드는 데 더 고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가부터 고가의 굿즈, 15명 한정 오프라인 음감회가 포함된 옵션까지 각기 다른 팬들의 성향을 만족시킬 수 있게 패키지 옵션을 세분화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SS라는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무슨 병이에요? 혹시 수민슬롬병?

슬롬 네, 맞습니다. 수민슬롬병이에요. 작년으로 예정됐던 앨범 발매가 한 해 미뤄지면서, 가끔 저희끼리 추억을 회상하며 작업한 곡들을 들었거든요. 이 노랜 정말 잘 만들었다고 자찬하면서요. 줌으로 음악 얘기를 하다가 신나서 화면 너머로 함께 춤을 추기도 했는데, 그런 모든 자뻑을 통틀어 SS병이라고 불렀어요.

(슬롬)재킷 52만원대, 팬츠 31만원대 모두 렉토. 티셔츠 30만원대 JW 앤더슨. 선글라스 32만원대 젠틀몬스터. 로퍼 가격미정 지미추. (수민)뷔스티에, 셔츠, 스커트 모두 가격미정 모스키노. 니삭스, 샌들 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종 희귀병인 줄 알고 구글에 검색해봤잖아요.

수민 희귀병이 맞긴 해요. 약간 불치병이기도 하고요.(웃음) 저는 제가 만든 작업물을 좋아해서, ‘아, 이건 뭐 나밖에 못 만드는 것 같은데’ 하는 식이거든요. 근데 슬롬은 본인 작업에 대해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무한대로 첨삭하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SS병 덕분에 그런 성격도 많이 중화된 것 같아요.

듣는 사람도 SS병이 옮을 수 있겠네요.

슬롬, 수민 그럼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걸리면 약도 없겠어요. 〈MINISERIES〉는 12곡의 사랑 노래로 알차게 구성했어요. 곡을 쓸 때, 특히 사랑 노래는 자전적 경험을 반영하게 되잖아요. 음악으로 쓸 만큼 강렬하고 재밌었던 사랑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을까요?

수민 ‘망가진 사이’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가슴 아픈 노래예요.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이별할 때 그렇게 악독한 말을 내뱉으며 헤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밥 잘 챙겨 먹고, 다음에 보면 인사 정도는 하자,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같은 담담한 말을 주고받으며 헤어지죠. 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말들이 제일 가슴 아픈 말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내일 또 화해하고 볼 사이처럼 말이죠.

수민 그쵸,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지랄맞게 싸우는 것보다 “그동안 미안했어” 따위의 차분한 말을 하고 헤어지는 게 더 아픈 느낌이에요. 그런 말들을 모아 가사로 옮겼는데, 2절이 가장 압권이에요. 제 경우 음악 활동하면서 마음이 찢어지게 아픈 노래를 만들어본 적 없거든요. 정서 자체가 슬프고 아픈 일이 있더라도 최대한 신나게, 귀엽고 교태스럽게 풀자는 타입이라서요. 근데 슬롬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inst.(보컬 없는 트랙)’를 보내줘서 이런 슬픈 이별 노래가 탄생했어요.

리스너로서 저의 최애는 ‘어떻게 될 거 같아’예요. 슬롬과 LA에서 인연이 닿았던 작곡가 카이 스미스와 작업했다고요. 두아 리파의 프로듀서로도 잘 알려져 있죠.

슬롬 카이 스미스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언제 한번 만나서 작업하면 좋겠다고 연락해왔어요. 언젠가 기회가 돼 함께 저녁을 먹고 저희 집에 놀러 왔죠. 제가 만들어둔 트랙을 들려줬더니, 바로 거기에 한두 테이크로 즉흥 연주를 합쳐줬는데 너무 좋은 느낌의 곡이 만들어졌어요.

‘어떻게 될 거 같아’라는 제목만 보면 설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인데, 막상 들어보니 치열한 사랑싸움이더라고요.

수민 차 안에서 싸우는 내용이에요. 후렴에 ‘어떻게 될 거 같아’라는 가사가 반복 되는데, 그래서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답을 서로에게 계속 미루는 거예요.

‘아~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얘기였네요

수민 중요한 헤어지자는 말을 본인이 직접 얘기하고 싶진 않은 거죠. “그래서 우리 어떻게 될 것 같은데?”라고 물어보는 거, 뭔지 아시죠.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는 디스코로 노래한다고요?

슬롬저희끼리 농담으로 ‘울면서 춤추는 노래’라고 하긴 했어요. (웃음)

수민 원래 제 스타일이 화나거나 슬픈 감정을 ‘댄서블’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 이번 앨범에도 그런 곡이 많아요.

(슬롬)블루종, 티셔츠, 모두 가격미정 디올 맨. 선글라스 28만원대 젠틀몬스터. (수민)봄버, 블라우스 모두 가격미정 디올. 베레 50만원대 디스퀘어드2.

하나의 사랑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건 뭘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랑하며 살아갈까요?

수민 나라는 물질과 타인이란 물질이 만나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구분 짓지 않잖아요. 아프다, 섭섭하다, 말랑말랑하다 등을 반복하는 사랑의 과정 속에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돼요.

슬롬 사랑이란 두 사람이 맨손으로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혼자서 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둘이 함께 초월적인 경험을 하며 새로운 내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거듭하며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수민 씨는 이번 앨범에 대해 “수민 음악에 비해 가독성을 챙겼다”라고 자평했어요.

수민 제 음악은 평양냉면처럼 네다섯 번 정도 들어야 ‘어, 뭐 괜찮은데?’ 하는 느낌인데, 슬롬과 함께한 음악은 들으면 딱 대번에 ‘오! 좋다’ 싶거든요. 저는 늘 다양한 방식으로 제 음악을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니즈도 있어요. 제 음악은 특정 장르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저라는 사람이 만나는 사람들의 결도 다양한데 말이죠. 이번에 슬롬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비교적 친절하게 수민의 원래 성격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집 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느낌으로, 다시 제가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게 저를 잡아줄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될 앨범이에요.

프로듀서 ‘슬롬’으로 선보이는 국내 첫 앨범이기도 하잖아요.

슬롬 ‘나 이런 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하며 내면에 억누르고 있던 갈증을 풀어낸 앨범이에요. 지금껏 래퍼들과 협업을 많이 해서 저를 힙합 프로듀서로 구분 짓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J팝 아티스트 시럽(Sirup)과 협업하거나, 청하 씨와 하우스 트랙을 작업하는 등 저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프로듀서예요. 이 앨범은 슬롬이라는 프로듀서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온 장르를 정리해 담았어요.

슬롬 씨 하면 〈쇼미〉 얘기가 빠질 수 없죠. 〈쇼미 10〉이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출연한다고요.

슬롬 저도 예상 못 한 결과인데, 지난해 〈쇼미 9〉에서 제가 만든 트랙이 다 잘됐어요. 그걸 계기로 〈쇼미〉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더 머니〉에도 참여하게 됐으니, 어찌 보면 얼굴만 안 나왔다 뿐이지 1년 반째 〈쇼미〉와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동안 발라드부터 하우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장르적으로 색깔이 뚜렷한 프로듀서라는 인상은 주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쇼미 10〉이 저라는 사람, 슬롬이라는 프로듀서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방이 됐으면 해요.

수민 씨는 팬들이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음악”처럼 센스 있는 감상평을 남기곤 해요. 리스너들이 〈MINISERIES〉를 어떻게 들어줬음 해요?

수민 “아, 역시 수민!” 같은 칭찬도 좋지만, 저의 음악적 변화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민이 이걸 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나 질문을 많이 받고 싶어요. 저 역시 미래에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저에 대해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니 저희의 음악에 대해 더 많이 물음표를 던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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