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손 뻗어 닿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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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싱크대 상판에는 늘 먹을거리가 놓여 있는 편이다.
아무튼 집안을 오가며 손으로 주워 먹기 좋은 음식거리를 늘 두려고 한다.
그것이 이제는 하나의 고유한 집안 문화로 정착돼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밖에 두고 먹을 용도로 음식을 사곤 한다.
손 뻗어 닿는 곳에 야금야금 주워 먹을 것을 두는 일이 나에게는 집안 생활을 한결 덜 심심하게 해주는 사소하지만 신나는 리추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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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싱크대 상판에는 늘 먹을거리가 놓여 있는 편이다. 거봉이나 방울토마토. 다른 과일의 경우 한 입 크기로 잘라 놓는다. 요리하고 남은 당근이나 오이를 두기도 한다. 그 밖에 초콜릿이나 견과류, 감자, 고구마, 누룽지, 생라면, 젤리 등등. 아무튼 집안을 오가며 손으로 주워 먹기 좋은 음식거리를 늘 두려고 한다.
처음으로 이 셀프 스몰 케이터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먹고 남은 음식을 다음에 먹어야지 하고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그 길로 왜 나는 그 음식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인지…. 냉장고 안에서 천천히 썩어간 음식을 가슴 아프게 발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곳에 두기 시작했다.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주워 먹으면 어느새 아깝게 버려질 뻔한 음식들이 알뜰하게 나의 내부에 정리돼 있었다. 그것이 이제는 하나의 고유한 집안 문화로 정착돼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밖에 두고 먹을 용도로 음식을 사곤 한다. 손 뻗어 닿는 곳에 야금야금 주워 먹을 것을 두는 일이 나에게는 집안 생활을 한결 덜 심심하게 해주는 사소하지만 신나는 리추얼이 됐다.
실은 머릿속으로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심심할 때마다 생각의 손을 뻗어 야금야금 이야기를 만지는 것 말이다. 요즘 나는 얼마 전 다시 읽어본 ‘브레멘 음악대’라는 동화를 수시로 생각한다. 구글로 검색한 독일 브레멘에 세워진 브레멘 음악대 동상의 이미지도 툭하면 떠올린다.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반질반질해진 당나귀가 맨 밑에 있고 그 위에 개가 있고 개 위에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 위에 닭이 서 있는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내 일대를 징징거리는 아이가 돼 돌아다닐 때, 그때마다 이 모습을 떠올리고 싶다. 이런 방식으로 살자고, 내가 누구 위에 서거나 내가 누구 밑에서 누구를 받치면서, 그래서 통으로 이게 다 나라고 말하면서.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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