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상의 시시각각] 대장동과 일산대교 사이

이현상 입력 2021. 9. 24. 00:38 수정 2021. 9. 2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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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이자 문제삼던 이재명 지사
상상 밖 수익률 논란엔 논점 흐려
민관 '합동'인지 '결탁'인지 밝혀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에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지구 개발사업 계약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사업 인허가와 수익을 사실상 맞바꾼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묘수라고 치켜세웠을까. "계약대로 성남시가 수익을 환수했으니 민간 사업자 수익은 알 바 아니다"는 설명을 선선히 받아들였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럴 성싶진 않다. 평소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남다른 혐오를 드러내던 이 지사 아니던가. 공공부문·언론인·법조인·정치인이 얽힌 '부동산 적폐 커넥션'의 표본이라고 흥분하지 않았을까. 민관 '합동' 개발이 아니라 민관 '결탁' 개발이라고 명명했을 법도 하다. 상상 밖 수익은 곧 대장지구 원주민과 입주자의 손실이라며 계약 무효화 소송을 추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상상일 뿐이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공상만은 아니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 과정이 꼭 이랬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에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의 '장삿속'을 비난하며 공익 처분을 선언했다. 8~20%의 대출 이자를 문제 삼으며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 악덕 사채업자냐"는 험한 말까지 불사했다. 국민 노후 수단의 수익성을 훼손한다는 시선에도 꺾이지 않던 '공정심'의 발로였다. 그랬던 그가 1100배 수익률 논란을 빚은 문제의 계약을 보고만 있진 않았을 것 같다.

자본금과 배당금을 단순 비교한 수익률 11만% 주장은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례적 수익률인 것만은 분명하다. 개발 업체 화천대유의 대표는 "투입된 사업비는 35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합쳐서 7% 지분을 가진 이 업체 및 6명의 개인투자자에게 돌아온 배당금은 4040억원이다. 업체 설명을 그대로 믿더라도 수익률은 1150%가 넘는다. 업체 대표 스스로 "국민 정서상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는 건 수긍한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화천대유 하세요"라는 슬픈 덕담이 오가는 부동산 공화국의 실상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숫자다.

상상하기 힘든 '하이 리턴'이 '하이 리스크'를 감수한 결과라는 주장도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사업이 시작된 2015년 주택 경기는 당시 최경환 경제팀의 잇따른 부양책으로 슬슬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그해 전국 주택가격은 3.35%, 수도권은 4.17%나 올랐다. 주택 거래량도 크게 늘었고, 특히 서울에 인접한 목 좋은 부지의 청약 경쟁률은 과열을 걱정할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공의 참여는 민간업체로선 바람에 돛 단 격이었다. 부동산 개발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다. 수월해진 인허가로 절약한 시간은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된다. 성남시가 가져간 현금 배당 1800억원은 이런 대가다. 그 거래의 대차대조표도 따져봐야 한다.

의구심은 커지는데 답은 허공을 맴돈다. 계약서는 비밀 유지 의무라는 핑계로 베일에 싸여 있다. 시행사 선정을 주도했던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지사는 "수천억원의 배당금은 사업 방식 때문이 아니라 갑자기 오른 집값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의문을 제기하면 보수 적폐 세력의 해코지라고 힐난한다. 기본소득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면 "서민 사정을 모르는 부자들의 트집"이라고 대꾸하던 방식이 연상된다.

급기야 이 지사는 "공공 개발 이익을 100% 환수 못 했다고 비난하니, 앞으로 불로소득 개발 이익을 전부 공공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민관 합동 개발이라는 '신박한 방식'에 대한 평가를 원했다면 "그래, 잘했다"고 얼마든지 칭찬해 주겠다. 하지만 그 과정이 투명했느냐는 질문은 별개다. 논리가 부족하면 목소리가 커진다. 이 지사의 목소리는 유난히 높고 날카롭다.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의혹에 답해야 한다." 석 달 전 윤석열 가족 X파일이 등장했을 때, '정치 세계에 조금 일찍 들어온 입장으로서'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 던졌던 훈수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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