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미래다] 슬기로운 소프트웨어 생활

2021. 9. 24.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

AI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 금융업·상거래까지 큰 변화 / 미래, 현재와 많이 달라질 것

필자는 과학소설(SF) 영화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서 재미로 보던 영화가 이제는 다른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 영화 속의 내용이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자율주행차량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구현된 지 꽤 됐다. 1980년대에 TV에서 시리즈물로 방송됐던 ‘전격Z작전’의 ‘키트’는 요즘 자율주행차량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겠다.

자동차는 원래 기계제품이었다. 그러나 자동차에 전기전자장비(전장)가 많이 추가되면서 전장의 경쟁력이 곧 자동차의 경쟁력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는 더는 기계제품이 아니라 전자제품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근래에는 전장의 핵심인 자동차 ECU(Electronic Control Unit)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미 약 10년 전에 다임러 그룹의 CEO인 디터 제체가 CES2012 기조연설에서 “자동차는 이제 가솔린이 아니라 SW로 움직인다”고 말했듯이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산업·교육·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관여하는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는 산업 지형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전기자동차로 자동차 시장의 변혁을 가져온 테슬라의 경쟁상대는 GM이나 FORD가 아니라 애플이 될 수 있다. 최고의 SW가 장착될 애플카가 테슬라자동차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필자가 소속된 대학교에선 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거행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대학사회에선 메타버스 오리엔테이션, 메타버스 교육, 메타버스 취업박람회가 화두가 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메타버스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은 땅도 사고, 집도 사고, 친구도 사귀고, 게임도 하는 또 다른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던 선호 직장도 바꿀 것이다. 이미 MZ세대는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IT업체인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더 선호한다. 요즘에는 여기에 당근마켓·토스·직방·야놀자까지 추가돼 ‘네카라쿠배당토직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나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가 회자되는 현상의 우리나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새로운 직업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많이 생길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부동산시장·금융업·상거래까지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집토스’로 대표되는 프롭테크(Prop Tech) 스타트업들이 폭풍 성장하면서 공인중개사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계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진출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게다가 기존 금융권의 기업들도 핀테크로 새로운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서 이래저래 다가올 미래는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마존이 우리나라에 상륙한다고 보도되고, 이미 SW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는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있다.

상기한 사례 외에도 이미 회자되는 블록체인·가상화폐·스마트시티 등 소프트웨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례는 많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가 가져올 사회 변화는 인쇄술·증기기관·전기·트랜지스터의 발명이 가져온 사회 변화에 버금갈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비할 것인가? 몇 가지 제안으로 답해보려고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미·일의 8분의 1 수준인 초중고 정보교육 시간을 질과 양에서 대폭 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 조기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돈을 들여 게임을 함으로써 빈부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풍자로 종종 사용하는 ‘코딩 푸어(Coding Poor)’란 말이 있다. 미래의 일자리 시장에선 코딩 능력에 의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초등학교부터 소프트웨어의 조기교육을 실시하되 질과 양에서 경쟁국가에 뒤지지 않게 해야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수적으로 코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둘째, 지속적인 정책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에서 비전을 가지고 장기간 지원한다면 AI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프트웨어 강국이 될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코딩 교육 환경을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해 무료로 각급 학교에 서비스해야 한다. 여러 상업적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SOC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셋째, 대학교육에서 협업을 통해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혼자서 하는 간단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이 우수하다. 협업에 의한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만 많이 쌓는다면 단시간 내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미 AI가 소설을 쓰고, 작곡하고, 바둑을 두는 시대가 됐다. 우리의 미래가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매트릭스’의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될지, 아니면 ‘전격Z작전’의 키트나 ‘Her’의 사만다같이 AI가 인간 옆에서 인간을 돕는 세상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소프트웨어에 의해 시작된 격변하는 미래를 슬기롭게 대처해야만 하겠다.

전창완 순천향대학교 연구산학부총장

전창완 순천향대학교 연구산학부총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