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서 날개 편 이강인

김효경 입력 2021. 9. 24. 00:03 수정 2021. 9. 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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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호드리구와 볼을 다투는 마요르카 이강인(오른쪽). [AP=연합뉴스]

웅크렸던 이강인(20·마요르카)이 날개를 쫙 폈다.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25분 골을 넣었다.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 이적 후 세 경기 만에 터트린 골이다.

마요르카 입단 후 첫 경기였던 아틀레틱 빌바오전에서 이강인은 교체 선수로 18분을 뛰었다. 비야레알전에선 3분만 출전했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라고 주니어, 구보 다케후사와 함께 2선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마요르카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카림 벤제마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24분에도 실수가 나와 마르코 어센시오에게 추가 골을 허용했다.

그러자 이강인이 1분 뒤 만회 골을 넣었다. 중원에서 공을 잡아 드리블 돌파한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중앙 수비수 데이비드 알라바가 태클했으나 소용없었다. 공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막을 수 없는 구석으로 파고들어 골망을 흔들었다. 1-2로 뒤진 상황이어서 이강인은 세리머니 없이 곧바로 공을 가져다 센터서클에 갖다 놓았다.

스페인 최강 레알 마드리드는 막강했다.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미드필더들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한 끝에 네 골을 더 몰아쳤다. 1-6. 아센시오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벤제마가 2골과 2도움을 올렸다. 경기 후 이강인은 “아픈 패배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매우 어려운 상대다. 골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다.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완패 속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은 빛났다. 패스 성공률 87%를 기록했고, 팀에서 가장 많은 키패스(5회)를 성공했다. 창의적인 백힐 패스로 찬스를 만들었고, 재빠른 턴(turn) 동작으로 공을 지키면서 수비수의 경고를 끌어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평점 7.8점을 줬다. 마요르카에서 7점대 평점을 기록한 선수는 이강인뿐이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활약하며 골까지 넣었다. 이강인 커리어에 남을 만한 경기”라고 호평했다.

이강인은 한국 축구에서 보기드문 테크니션이다. 침투 패스, 탈압박, 드리블 등 그의 능력은 세계 최고 무대 중 하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통한다. 대신 약점도 뚜렷하다. 경기 내내 스피드를 유지하지 못하고, 체격(1m73㎝, 68㎏)도 밀린다. 발렌시아 시절 중용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국가대표를 지휘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도 최근엔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팀이다. 한준희 위원은 “발렌시아는 주로 4-4-2 등 미드필더 2명을 쓰는 포메이션을 썼다. 반면 마요르카는 2선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하는 4-2-3-1을 주로 쓰고 있다. 이강인이 가장 잘 소화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환경이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측면으로 잠깐 갔을 땐 부진했지만, 감독이 빠르게 중앙으로 돌려보내자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루이스 가르시아 마요르카 감독도 이강인의 경기력에 만족한 것 같다. 전반을 1-3으로 마친 뒤 구보를 이드리수 바바로 교체했지만, 이강인은 풀타임을 뛰게 했다. 이강인이 90분 내내 출전한 건 이적 후 처음이다.

한준희 위원은 “마요르카는 현재 이강인에게 딱 어울리는 팀이다. 다만 더 큰 팀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플레이 메이커로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또는 90분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스피드를 보강해야 한다”며 “이강인은 팀 내 중앙 미드필더 자원 중 돋보이는 경쟁력을 가졌다. 앞으로 기회를 더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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