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400년 된 천연기념물 나무와 노는 법
오랜 시간 충남 부여 여행은 유적지 답사에 맞춰져 있었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이 땅의 역사와 유산이 워낙 찬란해서다. 부여가 데이트나 액티비티에도 잘 어울리는 도시라는 건 아직 많은 이가 알지 못한다. 열기구와 수륙양용버스 투어는 부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놀 거리다.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는 수많은 MZ세대 연인이 인증샷을 남기고 가는 낭만 사진의 성지다.
‘사랑나무’를 아시나요
오늘의 부여가 MZ세대 사이에서 ‘낭만도시’로 뜬 데는 나무 한 그루의 영향이 크다. 가림성 사랑나무 이야기다. 가림성은 501년 백제 동성왕 때 성흥산(260m) 정상에 세워진 산성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 장소다.
요즘 세대에게는 인생사진 명소로 더 유명하다. 산성 밑 언덕에 우뚝 선 느티나무 때문이다. 밖으로 돌출된 거대한 뿌리, 높이 22m에 이르는 늠름한 몸집, 반쪽짜리 하트 모양을 닮은 독특한 수형 덕분에 인기를 독차지한다. 지난달 천연기념물에도 지정됐다. 정식 명칭은 ‘가림성 느티나무’. 수령은 대략 400년을 헤아린다. ‘사랑나무’라는 낭만적인 이름은 2005년 TV드라마 ‘서동요’ 촬영 후 붙은 애칭이란다.
“일부 등산객이나 사진작가만 아는 명소였는데, 2년 전 ‘호텔 델루나’를 촬영한 뒤 전국구 명물이 됐다”고 부여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만월(아이유)이 이 사랑나무에 기대어 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단다. 올해에만 8월까지 대략 4만5000명이 다녀갔다.
인생 사진을 위한 팁 하나. 사랑나무 사진은 일단 같은 자리에서 두 컷이상 찍어야 한다. 두 사진 중 한 사진을 좌우로 반전해 편집하면 하트 모양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랑나무’를 검색하면 이렇게 하트 놀이를 즐기는 MZ세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백마강
풍선 위에서 아침 해를 맞는 일.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3년 전부터 부여에서도 열기구를 띄우고 있다. 제주도, 강원도 춘천 등에도 과거 열기구 상품이 있었지만, 현재는 부여가 유일하다.
왜 하필 부여일까. “높은 산이 없고 평야가 발달해, 기류 변화가 적고 이착륙이 쉽다”는 게 서정목 ‘부여하늘날기’ 대표의 설명이다.
열기구는 일출 직전에 띄운다. 바람이 가장 순해지는 시간이다. 이 찰나의 순간에 맞춰 하루 딱 20명(기구 하나에 4명씩)만이 하늘 위에서 일출을 맞는다. 지표면으로부터 150m 높이, 열기구는 사람이 걷는 빠르기와 비슷한 초속 2m 이내의 속도로 움직인다. 문자 그대로 하늘 위를 두둥실 떠다니며 백마강·사비궁·궁남지·부소산성 등을 내려다본다. 약 40분 비행에 18만원. 이미 10월 말까지 예약이 찼다. 코로나 확산 후 국내에서 이색 체험 거리를 찾는 이가 늘면서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부여에는 강물 위를 떠가는 시티투어 버스도 있다. 얼핏 일반 버스 같은데 후미에 프로펠러를 단 수륙양용차다.
“버스가 강 위에 떠 있는 난데없는 상황에 119 신고가 여러 번 접수되기도 했지만, 어느덧 부여의 대표 놀 거리로 자리 잡았다”고 ‘부여관광’ 강영석 본부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운행을 시작해 8월까지 약 4만 명을 태웠다.
버스는 백제문화단지를 출발해 10여 분을 달린 뒤, 강물로 뛰어든다. 백마강을 가르며 고란사·낙화암·백마강교·천정대 등 관광지를 구경한 뒤 육지로 올라온다. 탑승료 어른 2만8000원. 티켓이 있으면 정림사지~궁남지~부소산성 등을 오가는 시티투어 버스에 무료 환승할 수 있다.
부여=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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