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미국 한복판서 "반중동맹은 냉전시대 사고방식"
대선을 6개월 앞둔 문재인 정부가 대미 설득에 올인하고 있다. 대통령과 외교장관, 여당 대표가 동시에 방미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하면서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의 위기란 평가마저 나온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RR) 초청 대담에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심할 필요가 없다”며 ‘스냅백(snap-back)’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는 북한을 고립 상태에서 끌어내 국제화 단계로 이끌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스냅백’이란 대북제재를 완화하되, 북한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자동 복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 장관은 북한이 지난 4년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 행동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는 창을 열어놓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0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나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해 왔는데 그런 논리라면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북한이 근 4년간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평가할 만하고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위반 사항인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북한의 모라토리엄(핵·미사일 도발 유예)을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해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한·미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논의해 온 대북 인도적 지원을 뛰어넘는 보상이다. 사실상 중국이 해온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지만, 대화를 위한 제재 완화는 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라며 “결국 인도적 지원의 범위를 넘어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경제적 지원은 제재를 완화해야 가능한데 국제사회는 그럴 의향이 없다. 한국만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2시간여 앞둔 시점에 이뤄진 이날 대담에서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최근 중국의 공세적(assertive) 외교 정책과 관련, 표현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경제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며 “우리는 중국이 주장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진행자가 한·미·일 3국과 호주를 ‘반중(反中) 블록’으로 규정하려 하자 정 장관은 “그건 냉전 시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회담 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과 관련해 한국·일본과의 지속적인 협의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원칙적인 언급만 했다. 한·미 외교당국이 낸 보도자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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