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애관극장 공공매입 시민문화자산 공론화 첫발

정창교 입력 2021. 9. 2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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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실내극장 결국 사라질까 공공매입으로 해결될까


인천 중구 원도심의 문화적 재생을 위해 애관극장을 인천시에서 매입해 시민문화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공식 제기됐다.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23일 ‘중구 원도심의 문화적 재생을 위해 박남춘 시장의 결단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애관극장이 시민문화자산의 가치가 충분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4월 20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3년 만에 또 다시 애관극장이 매각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애관극장의 보전, 활용을 촉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며 “다행히 애사모의 기자회견 이후 인천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애관극장 측과 매각 관련 협의를 진행했고, 또 애사모 측에는 민관협의체를 같이 만들어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을 위한 방안 모색과 매입 이후의 활동방안을 같이 논의하는 문화 분야의 민관협의체까지 구성하게 됐다”며 숙의과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이어 “5~6월 당시만 해도 인천시의 매입의지는 분명해보였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도 인천시 매입 이외에 인천도시공사의 매입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애관극장을 인천시에서 매입하려면 감정평가 금액이 맞아야 하기에, 소유자가 원하는 매각 금액과 감정평가금액이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 지난 7월까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에 대해 박남춘 시장님도 시의회 석상에서 이를 걱정하면서 민관협의체에서 좋은 방안을 제시해주면 따르겠다는 취지로 공식 발언했다. 다행히 세 개의 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한 애관극장의 감정평가 금액은 약 70억원으로, 애초 100억 원 정도를 희망했던 극장 소유자는 인천시가 매입한다면 80억원 정도에 매각할 수 있다고 했던 것도 다시 거두어 감정평가 금액인 7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감정평가 금액을 수용했다.”고 거론했다.

문제는 감정평가 금액이 합의된 후 갑자기 인천시가 매입하려면 매입타당성 학술용역이 필요하다며 또 다시 협상을 지연하게 된 것이다.

애초 8월초 학술용역을 발주해 8월 말에 중간보고를 통해 매입여부를 극장주에게 확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인천시가 실제로 학술용역에 착수한 것은 8월이 지나 9월 초에 착수하게 됐고, 공공기관인 인천시는 극장주와 한 약속을 어기게 됐다.

이들은 “(강원도) 원주 같은 기초자치단체도 1960년대 건립된 아카데미극장을 100억원이 넘는 시비를 들여 매입해 원도심 도시재생을 위해 과감한 결단과 투자를 하는데, 1897년 무렵 세워진 한국 최초의 실내극장, 그 면면한 역사를 오늘날까지 ‘애관’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온 애관극장을 300만 대도시라고 자랑하는 인천광역시에서 왜 매입을 서두르지 않고, 중국 자본에 매각될 위기상황으로 방치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송도, 청라, 영종의 매립지에 새로 조성된 경제자유구역 신도시에만 편중돼 왔던 지난 20여년의 도시정책 결과 인천의 원도심은 공동화되고 슬럼화되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문제가 심각하기에 박남춘 시장은 ‘원도심 균형발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에 당선됐고, 원도심 전담 부시장제도까지 마련해 원도심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현재 인천 원도심에서는 온통 전면철거 재개발 사업만 순풍에 돛을 달았을 뿐, 도시재생의 보석이 되어야 할 오래된 근대건축물들은 나날이 철거 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러시아영사관 있던 올림포스호텔을 집어삼킬 듯 29층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고, 화수·화평재개발 사업에 의해 인천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철거·이전하도록 결정하고, 1957년 세워진 동구 미림극장은 민간 건설업자에 매각돼 내년에 철거될 예정”이라고 전제, “그런데 애관극장마저 공공매입을 주저한다면, 인천시의 원도심 균형발전 정책은 전면 재개발사업만 추진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애관극장은 그 존재 자체가 인천 근대문화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극장이다. 한국 최초의 실내극장으로 인천의 인재들과 예술가들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 의해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 오늘날처럼 꽃피는 데 기여했던 한국근대문화예술의 산실이자 역사적 장소다.

이들은 “이 유서 깊은 문화공간(애관극장)을 지난 50년간 한 집안에서 멀티플렉스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영화 상영을 중단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 사태 속에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우니, 제발 애관의 역사와 그 이름을 다른 누구도 유지할 수 없으니, 공공기관인 인천시에서 품고 유지해달라고 하는 호소를 인천시는 끝내 저버릴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50년간을 유지해온 민간의 노력은 인천시에서 상을 줘도 부족한 값진 노력이었다. 물론 애관이 잘 운영될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1990년대 이미 끝났고 이제 20년 가까이 애관을 확장해서 오늘까지 유지해온 노력은 인천 시민 모두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애관극장주는 하루하루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의 거듭된 약속 위반에도 불구하고, 애관의 역사와 그 이름을 중국자본이나 건설자본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11월 말까지 마지막으로 기다려보겠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어디에 매각해도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애사모 측에 전해왔다. 이제 민간에서 125년 역사의 애관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애관을 만약 인천시가 매입하지 못하고 중국자본이나 건설자본이 매입해 철거한다면, 인천시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우리 애사모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기록하고 역사에 남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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