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쇼크에 환율 출렁.."변동성 커졌으나 제2리먼사태는 아니다"

염지현 2021. 9. 2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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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93포인트(0.41%) 내린 3,127.58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0.5원 하락한 달러당 1,1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중국 헝다(恒大ㆍ에버그란데)그룹의 파산 우려에 원화값(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1175원)보다 0.5원 내린 달러당 11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 가까이 하락하며 1186.3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9월 14일(1187.5원)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되돌리며 1175원대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영업일보다 0.41% 하락한 3127.58로 거래를 마쳤다.

추석 연휴를 끝내고 열린 국내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헝다그룹의 부채 리스크가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세를 확장했던 헝다그룹의 빚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조7505억 위안(약 320조원)이 쌓이며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만기채권에 대한 이자(약 425억원)를 이날 지급하기로 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 채권에 대한 8350만 달러(약 980억원) 이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오는 29일에는 7년 만기 달러채권 4750만 달러(약 557억원)의 이자 지급도 예정돼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헝다가 밀려드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 파산(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깃들고 있다.

올해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나리오도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Fed는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0MC)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연내 시작해 내년 중반에는 마무리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망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2년으로 앞당길 수 있음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Fed가 내놓은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위원 중 절반(9명)이 내년에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돈을 푸는 수도꼭지를 서서히 잠그면 시중의 유동성이 줄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는 헝다그룹 파산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현실화하면 (중국의) 중소 은행들의 연쇄 부도로 중국 경기가 냉각될 수 있다”며 “중국 관련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명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지점장 역시 “테이퍼링 이슈에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더해지면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적어도 연말까진 주식 등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다만 헝다 사태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번져 2008년 리먼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다그룹의 부채는 투자 위험이 높은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리먼 사태와 다르다”며 “세계 금융시스템을 흔들 만큼의 폭발력 있는 뇌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리먼 사태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대된 과정에서 발생했다”면서 “중국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로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미칠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정부도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불거진 중국발 헝다그룹 파산 위기에 23일 금융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관계기관 합동으로 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향후 Fed의 테이퍼링 진행 속도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차입 비율을 낮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갑작스럽게 불거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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